파비앵 바르테즈(프랑스)와 브래드 프리덜(미국), 토니 실바(세네갈)는 '상한가', 예지 두데크(폴란드)와 모하메드 알데아예아(사우디)는 '하한가'. 16강행 티켓을 따기 위한 조별리그 마지막 '서바이벌 게임'에 접어든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최고 수문장 판세가 변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바르테즈는 개막전에 일격을 당한 프랑스 대표팀이 그나마 '벼랑 끝'에서 버틸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수훈갑이다. 바르테즈는 특히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알바로 레코바, 다리오 실바 등 쟁쟁한 공격수를 앞세운 파상 공세를 온 몸을 던져 막아내 무승부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1~2차전을 치르면서 1골만을 내주었고 결정적 위기를 막아낸 것만 12차례에 이를 정도로 바르테즈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프리덜은 결승토너먼트 진출길에 가장 큰 고비였던 홈팀 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페널티킥 선방 등 3~4차례의 결정적 위기를 막아내 1-1 무승부에 최고 수훈갑으로 꼽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에서 활약중인 프리덜은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케시 켈러와 주전 수문장을 다툴 정도로 불안했다. 프리덜은 그러나 포르투갈과 첫 경기에서 수비 자책골을 제외하면 1골만 내주었고 한국전에서도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 주전 자리를 굳혔다. 프랑스 프로축구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실바도 세네갈 돌풍의 숨은 공신이다. 개막전 1-0 승리는 결승골을 넣은 파프 부바 디오프보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안심하고 공세를 펼 수 있도록 최후방을 지켜준 실바의 공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 실바는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골키퍼'라는 명성에 걸맞게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1골만 내주고 결정적 위기를 9차례나 막아냈다. 반면 두데크와 알데아예아는 대량 실점으로 그동안 쌓은 명성을 하루 아침에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비록 대량 실점이 골키퍼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두 선수 모두 팀이 조별리그 2차전만에 16강 탈락을 확정, 짐을 꾸려야 하는 처량한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소속인 두데크는 한국과의 1차전에서 황선홍의 발리 슛, 유상철의 중거리 슛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데 이어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파울레타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등 4골을 내주었다.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170게임에 출전, 이 부문 신기록 작성을 눈앞에 둔 알데아예아는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무려 8골을 내주며 완전히 `스타일'을 구겼다. 알데아예아는 카메룬과의 2차전에서는 수 차례 위기를 막아내 체면을 약간 회복했지만 팀이 16강에 탈락한 이상 고개를 추켜 세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