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의 일하는 스타일이 원래 그렇죠.다른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이니까요."


지난11일 산자부가 발표한 '산업기술 인력수급 종합대책'에 대한 교육부 J국장의 반응이다.


매년 1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종합대책엔 △고교·공대생에 장학금 지급 △이공계 병역특례 확대 △공대 학·석사과정을 5년에 끝내는 '4+1'과정 도입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장학금 지급이나 이공계 병역특례 확대 등의 대책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등이 지난 2월부터 과학교육발전위원회 인적자원개발회의 등을 통해 추진해 온 '청소년 이공계 진출 촉진 확대를 위한 종합대책'의 주요 골자와 중복된다.


교육부 J국장은 "이미 기획예산처에 7만여명의 이공계 학생을 지원할 3천억원의 장학금 예산안을 올려놓았다"며 "산자부가 장학생 선정기준에서 교육부와 차이를 둔다해도 예산 중복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뻔히 알면서 사전에 한마디 협의도 없었던 것에 대한 언짢은 심기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학·석사 4+1'과정 도입안에 대한 교육부의 반응은 한층 강경하다.


교육부 실무담당 과장은 "공대에만 5년제 학제를 허용하면 인문 사회학 등 기초학문 학위과정과의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며 "전체적인 학제체제에 대한 인식없이 무조건적 밀어붙이기식으로 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R&D 업무와 관련해 산자부가 과기부 정통부 등과 주도권 다툼을 벌인데 이어 교육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비아냥도 잊지 않았다.


얼핏 생각하면 어느 부처에서 정책을 입안하든 우수한 산업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장학금은 물론 병역특례까지 주자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석사학위도 1년이면 준다는데 굳이 나쁠 것 없지 않으냐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부처간 체계적 의견 조율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간 이기주의에 의해 정책이 추진된다면 무분별한 장학금 지급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어설픈 '4+1년제 석사학위'제도 역시 자칫 석사의 질만 떨어뜨릴 공산이 크다.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