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은 SF,액션,호러를 합친 전형적인 여름영화다. 닫힌 공간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하는 과정이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낸다. 끝없이 연결된 정육면체에서 등장인물들이 출구를 찾아 헤매는 "큐브",첨단 기계장치의 운동에 따라 유리 칸막이가 미로를 만들어내는 "13고스트"와 닮았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공포에 질린채 한걸음씩 나아가는 두 영화와 달리 "레지던트 이블"에선 두명의 여전사가 폭발적인 액션으로 난관을 타개한다. 여성 액션스타 밀라 요보비치와 미셀 로드리게즈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실베스타 스탤론 등 남성액션스타들이 퇴조한 자리를 메웠다. 미래세계의 독점기업 엄브렐라 그룹은 지하연구소 "하이브"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실험을 벌인다.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이 바이러스가 유출되자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레드퀸"은 연구소를 완전히 봉쇄한 채 직원들을 죽인다. 특공대가 바이러스 유출차단과 레드퀸 제거임무를 띠고 투입된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임무완수에 실패하면 인류는 파멸한다. 동명 인기게임(국내에서는 "바이오 해저드"란 이름으로 출시)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베를린 라이히스타그 지하철역을 개조한 세트에다 특수효과와 몽환적 분위기의 조명으로 불확실한 미래의 분위기를 그럴 듯하게 풍긴다. 특공대가 되살아난 시체(좀비)의 공격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은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킨다.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이 빚어낸 좀비들의 모습,몸이 조각조각 잘려나가는 장면 등도 이른바 "엽기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큼 끔찍하다. 빨간 드레스,미니스커트에 부츠를 신은 요보비치의 액션도 눈길을 붙들지만 동시에 취약성을 노출한다. 여전사들이 유리파편에도 상처없이 말끔한 장면은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 컴퓨터 게임의 특성처럼 줄거리의 고저장단없이 의미없는 액션과 공포가 반복됨으로써 관객들은 지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