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매력적인 나이..." 지난해 "스물일곱살"을 부각시킨 엔프라니의 광고는 대번에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27세는 광고문구 그대로 설익은 청춘도,무르익은 여인도 아닌 젊음의 절정.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유례없이 스물일곱이라는 단일나이를 주타깃으로 삼은 것은 "철저한 차별화"라는 마케팅 원칙에 따른 것이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엔프라니는 시장조사결과 20대후반부터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만 딱히 이들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가벼운 기초 화장품을 사용하는 20대 초반과 주름관리 등 기능성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30대 여성 사이에 공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기로 한 엔프라니는 "20대에 시작하는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컨셉아래 스물일곱으로 포커스를 좁힌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광고에서도 철저히 차별화를 의도했다. 과감히 신인모델을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고혹적인 미모가 돋보이는 모델 신애는 "한국의 올리비아 핫세"라는 평가를 얻으며 호감을 샀다. 첫 광고에 이어 "예쁘다는 것은 경쟁력이니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광고들은 계속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동 광고 차량인 "애드카"를 독점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초대형 스크린을 달고 전국 주요 장소를 돌며 TV광고를 상영하는 트럭.월드컵 기간에는 서울역,명동 등에서 축구중계와 함께 광고를 내보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대적인 판촉전략도 주효했다. 타사가 1년에 1천명정도 운용하는 모니터 요원을 3만명이나 뽑았다. 인터넷 등을 통해 주력 타깃 1백만명에게 샘플을 돌려 "입소문"을 효과적으로 내기도 했다. 소비자가 참여하는 가면무도회같은 참신한 행사들을 열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차별화된 마케팅과 색다른 이벤트는 엔프라니의 초반 인지도를 성공리에 끌어올렸다. 엔프라니측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타깃인 20대 후반(25~29세)의 보조 인지율이 19%였던 것이 지난 3월에는 77%까지 치솟았다. 출시 3년차인 올해는 매출규모 4백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99년이후 등장한 전문점 브랜드중 연 매출 2백50억원을 넘긴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선전이다. 제일제당에서 20년 넘게 마케팅에 몸담아온 김해관 엔프라니 대표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2~3년만에 새 브랜드를 내놓는 등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소홀하다고 본다"며 "일관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엔프라니를 명품브랜드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