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 .. 崔洸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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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洸 < 한국외대 교수 / 前 보건복지부 장관 >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용병술과 지도력이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본기와 기초체력의 중시,구체적이고 공감할 만한 비전의 제시,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연금술사의 손길,사소한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신념의 소유,분석적이고 치밀한 전략의 구사 등 '히딩크식 사고'가 기업경영은 물론 국가경영에도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음이 회자되고 있다.
히딩크가 훌륭한 감독임에 틀림이 없고,4천7백만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데 대해,그래서 국민적 추앙을 받는데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리 없다.
그러한 그가 우리사회에 주는 교훈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히딩크를 닮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과연 무엇을 닮고 무엇을 배워야 할까? 우선 지적돼야 할 것은 '히딩크란 인물은 신화적인 존재가 아니며 특별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택된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감독치고 히딩크가 사용한 용병술과 지도력의 요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축구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로 월드컵 본선 진출 48년만에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실력은 누가 봐도 뚜렷이 향상됐다.
세계 축구 최강국들과 경기를 해도 대등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에서 바로 '히딩크의 비법'을 느낄 수 있다.
어느 계층 어느 분야든,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한 나라의 역사는 물론 세계의 역사까지 바꾼 뛰어난 지도자들이 지녔던 덕목은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우리 한국의 축구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히딩크식 지도자 자질'은 첫째 기본에 충실하는 것,둘째 사심 없이 행동하는 것,셋째 경쟁적 체제를 유지하는 것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세상에 '꼼수'를 부려서 되는 일은 없기에 지도자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직원이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경기규칙을 만들고,생산성에 상응하는 보수가 지급돼야 한다.
단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또 지도자는 도덕성에 있어서도 조직원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보통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도 갖추지 않은 채 편법으로 세상을 도모하려는 이가 없지 않다.
조직의 지도자는 '사심 없이 일하는 것'이 자신과 조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사심을 버릴 때 사심을 채울 수가 있다.
외람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작은 욕심으로 크게 잃은 대표적 사례가 김대중 대통령이다.
김 대통령이 측근의 중용을 배제하고 전국의 인재를 실력에 따라 고루 발탁했더라면 오히려 특정지역에 혜택을 베풀 기회가 더 확대됐을 것이다.
이전의 우리 축구감독들 중 일부는 실력에 따라 대표선수를 선발하지 않고,외부 압력 및 지연 혈연 학연 등에 의한 정실 결정을 한 때문에 대표팀의 성적이 저조했고,그 결과 자신들도 중도에 퇴출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인간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나태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높여나간다.
이는 경쟁이 없으면 자신에게 잠재된 소질이 개발되지 못하고 계속 잠자는 상태로 머물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훈련과정에서도 경쟁을 유발했지만,출전선수의 선발을 최종 순간까지 미룸으로써 선수들간에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시켜,선수들이 혼신을 다해 기량을 연마하게 했다.
그런데 우리의 일부 지도자들은 '평준화'와 '형평'이 최선인양 내세워 경쟁체제의 반대방향으로 가거나,이를 더욱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보여주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도자의 결정과 의지가 조직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특별한 능력을 가져야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게 아니라,기본에 충실하고 사심 없이 행동하고,조직을 경쟁적 체제로 관리하면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지도자'와 '실패한 지도자'로 평판이 갈리게 된다.
choik01@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