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시도공무원들이 '공약 후유증'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후보들이 너나 가릴 것없이 선거운동기간중 경쟁적이고 즉흥적으로 쏟아 놓은 공약들 가운데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으로 끝날게 뻔한 것들이 즐비하다. 재원 부족, 제도적 뒷받침 부족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힘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이나 지방을 막론하고 민원인 상대를 많이 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당선된 후 약속을 지킨답시고 무리하게 밀어붙여도 문제고 없었던 일로 덮어버려도 결과적으로 행정불신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구체적인 재원 대책없이 내놓은 '장밋빛' 공약들이 가장 골칫거리다. 정책 자체는 그럴 듯 해서 지역주민들은 잔뜩 기대하지만 돈 없이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 서울의 경우 청계천 복원계획이 대표적 사례. 이명박 후보 등이 앞다퉈 공약했지만 서울시 한해 예산과 맞먹는 재원마련(12조원 규모) 등을 감안하면 과연 이뤄질지 미지수다. 울산광역시에선 여야후보들이 앞다퉈 국공립(시립)대 유치, 시립의료원 설립, 옥동 군부대 이전 추진 후 어린이대공원 조성,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사 유치 등을 내놓았으나 현직 공무원들은 어느 하나 제대로 될지 두고 볼 일이라는 반응이다. 울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이들 사업 대부분은 기존 자치단체장이 지난 7년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으나 제대로 이뤄진게 없다"며 "지역 부동산가격만 공약바람을 타고 들먹이지만 선거 이후 거품이 꺼지면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지사 선거전에서 나온 축구대학 설립 약속도 월드컵붐을 타고 나온 즉흥 공약의 대표적 케이스로 실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충북도 공무원들은 "대학운영에만 연간 5백억원 이상 소요되는데 만약 공약한 후보가 당선돼 무리하게 재정을 편중 투입할 경우 도살림이 휘청거릴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부산시장 당선이 유력시되는 모 후보는 영화.영상진흥기금 조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 후보는 오는 2007년까지 4백억원을 조성해 영화산업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정부에 요청한 올해 20억원 보조금 지원도 무산된 마당에 4백억원의 기금확보는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라는 것. 해운대온천센터 개발예정지에 세계적인 규모의 건강의료관광타운을 건설한다는 공약도 지역주민의 큰 호응은 받았지만 부산시의 재정으로 볼 때 당선자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부산시 공무원들은 지적한다. 인천시에선 수중 택시같은 신교통시스템을 구축해 섬과 섬, 섬과 내륙을 잇는 획기적 방식을 도입한다는 꿈 같은 공약이 나왔다. 인천시 실무자들은 이에 대해 "시민들의 기대감만 잔뜩 키워 놓고 결국 공수표로 끝나 행정불신만 키울 것이 뻔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인천의 여야후보들이 앞다퉈 약속한 도심 군부대의 외곽이전 등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무원들은 "선거후 일선 민원공무원들만 주민들로부터 시달릴 것"이라고 푸념했다. 백창현.김태현.김희영.신경원.최성국.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