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격전지 제주도.우근민 민주당 후보와 신구범 한나라당 후보의 '10년 전쟁'이 우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3일 두 사람은 개표 초반에는 1%내외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박빙의 승부를 벌였으나 곧 10% 가까운 표차로 우 후보가 앞서면서 승리를 굳혔다. 그러나 당초 근소한 표차의 승부가 예상됐던 만큼 제주도민들은 이날 개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며 개표를 지켜봐야 했다. 두 후보의 치열한 선거전을 반영하듯 제주도 투표율은 68.9%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표가 끝난 뒤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도 엇갈린 결과가 나올 정도였다. 우 당선자와 신 후보는 영원한 '맞수'다. 제주도 지사를 놓고 싸운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의 전적은 1승1패.지난 95년 첫 지방자치 선거때는 신 후보가 이겼다. 98년 2기 선거때는 우 당선자가 신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도 두 후보는 제주 지사직을 한 차례씩 나눠 가졌다. 우 당선자가 91년 8월부터 93년 12월까지 관선 도지사로 일한 뒤 '바통'을 신 후보에게 넘겼다. 신 후보는 관선 도지사로 일하다 초대 민선 도지사로 바뀐 셈이었다. 91년 이후 두 사람이 제주도정을 번갈아 맡은 것이다. 이들의 전쟁에 다른 후보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10년째 계속되는 그들만의 전쟁에 53만 제주도민들은 '질렸다'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선거가 60 동갑내기 맞수의 '마지막 전쟁'으로 여겨졌던 만큼 두 사람은 온 힘을 쏟아 선거전에 나섰다. 라이벌임을 증명하듯 그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도 모두 오차범위를 넘지 않을 정도로 접전을 예고했다. 수차례 선거유세에서도 비슷한 청중 수를 보였고 여론도 팽팽히 맞섰던 탓에 '난다 긴다 하는' 정보기관조차 승패를 예단하지 못했다. 선거운동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양측은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신 후보는 우 당선자가 도지사 사무실에서 한 여성의 가슴을 만졌다며 우 당선자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우 당선자는 이 여성을 무고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신 후보의 '무모한 저돌성'을 꼬집었다. 그러나 '맞수'인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 당선자는 총무처에서,신 후보는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관료 출신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공통점.두 사람 모두 제주출신 공무원 모임인 제공회(濟公會)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신 후보는 뚝심을 지닌 카리스마형으로 알려져 있다. 축협회장으로 일할 때는 농협과의 합병에 반발,국회에서 할복을 기도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반면 우 당선자는 신중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