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펼친 고도의 연막작전이 빛을 발했다. 지난 10일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부상병 황선홍과 유상철의 기용여부를 놓고 연막작전을 썼던 히딩크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다시 한번 연막을 피우며 상대의 전술구상을 방해했다.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날 선발라인업이 공개될 때 부터. 당초 "원톱 파울레타에 루이스 피구와 세르지우 콘세이상이 측면에 가세하는 포르투갈의 삼각편대를 막기에 스리백은 버겁다"며 포백전형을 간접 예고했던 히딩크감독은 선발출전자 명단에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 등 수비수 3명을 고스란히 기용한 것. 결국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서 4-3-3라인을 예상한 한국 취재진들을 비웃으며 홍명보-최진철-김태영 스리백을 세운 가운데 이영표와 송종국을 좌우 윙백으로 기용하는 등 앞선 폴란드, 미국전과 다를게 없는 3-4-3시스템을 운용했다. 그러나 이날의 백미는 박지성의 기용여부. 당초 히딩크 감독은 지난 10일 미국전에서 가벼운 발목부상을 입은 박지성을 경기 이틀 전인 12일 실시한 비공개 전술훈련때 포함시키지 않은 채 "박지성은 출전이의심스럽다"고 말해 당연히 결장할 것을 예상하도록 만들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오른쪽 날개로 나섰던 박지성의 결장은 대표팀 공격과 미드필드진의 재정비로 연결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기에 큰 전력손실이 예상됐던 상황.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버젓이 박지성을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출장시켰고 박지성은 언제 부상을 당했느냐는 듯 펄펄 날아 그의 결장을 예상했을포르투갈을 당황시켰다. 결국 박지성이 후반 25분 한국의 16강진출에 쐐기를 박는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히딩크 감독의 `연막극'은 크라이막스에 이르렀다. (인천=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