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의 폭풍이 경제부처에도 강하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직을 휩쓸다시피함에 따라 현 정부 경제팀의 정책운영 운신폭이 한층 좁혀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으로 대선까지 6개월,내년 2월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는 8개월이나 남았지만 지방선거 이전부터 조짐을 보인 '레임 덕'(권력누수·행정공백) 현상이 한층 심화될 공산이 커져 주요 경제정책의 공백현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김대중 대통령이 탈당하고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뒤에도 경제부처들이 관행대로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해왔고 각 부처에 지원인력으로 파견 보낸 전문위원(사실상 1급 대우)들도 잔류시키는 등 사실상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참패한 이번 선거로 근본적인 대 정치권 관계 재설정이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공적자금 확충을 위한 예금보험공사채권 차환발행 국회동의안,이자상한선을 규정한 대금업법,프로젝트 파이낸싱법 등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의 조기처리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자금의 집행내역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예보채 차환발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 경제부처 과장은 "이번 선거결과로 장·차관이 제1당인 한나라당의 눈치를 더 살필 수밖에 없게 돼 각종 경제 현안들이 제대로 처리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 및 대한생명 매각,현투증권 외자유치,하이닉스 정상화 등 매듭짓지 못한 대형 숙제도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야당의 압승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구심력이 한층 약화된 상황에서 이들 현안의 매끄러운 마무리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행정력의 영(令)이 제대로 서겠는가"라는 우려의 한 켠에서는 일선 공무원들의 한나라당 눈치보기나 줄대기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정치권의 요구를 핑곗거리로 둘러대거나 은밀히 정치권에 풍향계를 맞추는 일부터 삼가야 할 것"이라며 "관료사회가 불편부당하게 중심을 지킬 경우 현 정부 임기내 주요 현안의 실무적인 마무리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