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포르투갈전이 열리는 14일 항구도시 미추홀은 정오를 넘으면서 붉은색 물결과 흥분으로 넘쳐, 그 열기가 27∼28℃를 오르내리는 한낮의 찜통더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직장, 학교, 집에서도 학업과 일손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태극전사들이 포르투갈을 꺾고, 이날 밤 한국 축구역사에 신기원을 이룩해주길 내심 간절히 염원했다. 시내 곳곳에는 붉은 물결이 출렁이고, 오후들어 '오!필승 코리아'가 시내 전역을 뒤흔들어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 거리표정 포르투갈전 승리에 대한 갈망은 너와 내가 따로없이 모든 시민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붉은악마, 얼굴에 태극기를 페인팅한 어린 소년, 손에 태극기를 든 30대 주부. 이들 모두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대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보자'며 다짐한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길거리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예비 붉은악마들의 얼굴에서는 한국의 16강 진출에 대한 염원과 희망이 담겨있다. 문학경기장 매표소앞에서는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나흘 밤을 지새운 끝에 표를 못구해 눈물을 훔치는 축구 팬이 있는가 하면, 가진자가 못가진자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있다. 이상일(21.학생)씨는 "입장권은 못 구했지만 경기장 매표소 앞에서 야영생활을 하며 축구를 사랑하는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은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문학플라자에는 새벽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축구팬이 오후 2시 현재 2천여명이 넘었고, 인천의 흥륜사, 호불사 등 절과 순복음교회에서는 일부시민들이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해 새벽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응원전 문학플라자를 비롯한 연수구 문화공원과 월미도 문화의 거리, 시청광장 등 대형전광판이 설치된 곳에는 서로 약속이나 한듯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은 축구팬 4만여명이 모여 경기시작 5시간전부터 응원전을 벌였다. 붉은색 바지를 입은 4∼6살의 유치원생 60여명도 선생님의 '대~한민국' 선창을 따라하며 길거리 응원에 나섰다. 오후 4시부터 전국에서 올라온 붉은악마 3천300여명이 인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문학경기장 정문까지 1㎞ 가량을 '한국 파이팅'을 연호하며 행진을 벌였다. 같은시각 대전, 전주, 광주, 부산, 대구의 붉은악마 300여명은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서 만나 오후 6시 문학경기장에 합세한다. 대형 LED전광판이 설치된 인천시청 광장에도 예비 붉은악마를 비롯한 전국민주택시노조소속 조합원 등 100여명이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열띤 응원을 다짐했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이날 한국-포르투갈전 입장권을 가진 축구팬중 1천명에게 선착순으로 도시락을 제공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는 인천시내 초.중.고교 학생들이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현수막 165개가 내걸려 한층 고조된 월드컵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대표 이천수, 김남일, 최태욱선수를 배출한 인천 부평고 운동장에서는 재학생과 동문들이 함께 어울려 대형 평면TV를 보며, 열띤 응원전을 벌인다. 인하대와 인천대 운동장에서도 기숙사와 도서관에 있던 학생 등 5천여명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태극전사의 승리를 기원한다. ◇차량운행.파업도 중단 경기가 시작되는 이날 저녁 8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인천시내 곳곳에서 시내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듯 싶다. 운전기사들도 손님이 없는데다 능률마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아예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한 길거리 응원전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박모(41.K택시 운전기사)씨는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 예외일 순 없다"며 "경기전까지 부지런히 일한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곳에서 한국팀을 위해 목청을 돋울 것"이라고 말했다. 22일째 파업집회를 벌이고 있는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인천지부소속 노조원들도 이날 만큼은 파업을 접은채 오후부터 인천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오!필승 코리아' 대열에 합류했다. ◇교통 및 경비대책 붉은악마를 비롯한 전국의 축구팬이 대거 몰림에 따라 한국-포르투갈전 경기후인천터미널에서는 고속.시외버스를 연장 및 증편 운행한다. 인천터미널발 고속버스 6개 노선(대전.광주.부산.목포.대구.전주)중 오후 10시30분 이후에는 없던 대구와 목포는 각 2회, 부산.대전.전주는 각 1회씩 증편되고, 오후 11시가 막차인 광주 방면은 현행 1회에서 4회로 늘렸다. 또 문학경기장∼서울역까지 임시노선을 마련,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10∼15분 간격씩 모두 20회 운행하게 된다. 시외버스는 인천터미널∼서울역이 15일 새벽 1시까지 연장운행되며, 동서울과 안산, 수원 방면 노선도 임시 마련돼 경기후 2∼3회씩 운행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장 내.외곽에 훌리건 전담부대 360명과 경찰특공대 33명 등 모두 3천200여명의 경비병력이 배치됐다. (인천=연합뉴스) 김명균기자 km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