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나흘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날 미국 채권 금리를 따라 하락 출발했지만 한국은행 박승 총재가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다며 하반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자 곧바로 상승 전환했다. 장중 한국은행이 통안채 창구 판매를 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주가 강세 등으로 금리 상승폭은 유지됐다. 그러나 장 막판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하락세로 전환하고 파키스탄의 미국 영사관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금리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 막판 국채선물시장에 스왑과 관련한 은행권의 매수세도 유입되는 모습이었다. ◆ 국채 3년물 6.08% = 1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6.08%를 기록했다. 금리는 6.07%로 출발한 뒤 곧 상승 전환, 한때 6.11%까지 올라갔으나 장 막판 급하게 하락했다. 5년 만기 2002-5호 수익률은 6.46%를 기록, 전날과 변함 없었다. 통안채 2년물은 6.01%로 0.01%포인트 하락했으며 1년물은 5.45%로 전날과 변함 없었다. 회사채 수익률은 전날과 변함 없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6.88%를, BBB-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10.82%를 기록했다. 국채선물은 사흘만에 상승했다. 9월물은 4만3,405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104.17로 마감했다. 상승 출발 후 하락 전환해 한때 103.98까지 내려갔으나 막판 보합권으로 복귀했다. 6월물은 1만889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01포인트 밀린 104.79로 마감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은행은 1,710계약, 외국인은 239계약 순매도한 반면 투신사는 1,216계약 순매수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통안채 창구판매를 실시하지 않고 환매조건부채권(RP) 3일물을 매입해 시중에 5조원을 지원했다. ◆ 한은 정책 변화 여부에 촉각 = 이날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무역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류인 5.5% 수준보다 높은 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물가 상승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25주년 기념사에서도 "경기가 빠르게 확장하면 물가 상승압력, 자산가격 거품생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선제적 금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통화(M3) 증가율이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감시 범위 상한선인 12%이상으로 나타난데다 박 총재가 잇달아 하반기 물가 불안을 언급하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정책 변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금성원 애널리스트는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요인, 특소세 환수와 KT 민영화 자금 환수 등으로 그동안 한국은행이 RP 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M3 증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더 이상 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한국은행의 정책이 금리 상승 압력은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시장 움직임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러한 정책적 변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10년 만기 재무부채권 수익률이 이번 주 들어 13일까지 0.15%포인트 하락한 것과 반대로 국고 3년물 채권 금리는 이번 주 0.03%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선물의 이지훈 과장은 "미국 시장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대신 정책적 변수의 영향이 커졌다"며 "다음주 금리는 6.20%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