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8강이다.' 한국이 14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FIFA(세계축구연맹) 랭킹 5위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2002 월드컵 16강 진출의 대역사를 이뤘다. 월드컵 진출 48년만의 쾌거다. 지난 5월31일 문을 연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예선 3경기 전적은 1승2무로 D조 1위. 이번 대회 최대의 파란을 일으키며 D조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한국은 오는 18일 오후 8시30분 대전에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8강 고지를 향한 대접전을 벌인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리는 FIFA 랭킹 6위의 이탈리아는 지난 13일 오이타월드컵구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조별리그 멕시코와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겨 멕시코(2승1무)에 이어 조2위(1승1무1패)로 힘겹게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8일 크로아티아에 패하며 불안한 면을 노출했던 이탈리아는 이날도 '부동의 강자'로서의 명성에 턱없이 모자라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탈리아의 경기에서는 우선 그동안 자랑해왔던 빗장수비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8일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 1-2의 역전패를 자초했던 수비진이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허점을 계속 드러낸 것. 이탈리아는 이날 16강이 결정될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해 파올로 말디니, 크리스티안 파누치, 파비오 칸나바로, 알레산도로 네스타 등 4명의 수비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상대 공격수들이 짧은 패스로 중앙과 측면을 돌파할땐 속수무책이었고 자유롭게 슛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자주 내줬다. 멕시코의 투톱인 하레드 보르헤티와 쿠아우테모크 블랑코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문전을 유린하도록 방치해 선취골까지 허용했다. 수비의 출발점이기도 한 미드필드에서도 예전처럼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또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파란체스코 토티, 필리포 인차기 등 3명의 공격수를 선발로 투입해 이번 대회들어 처음으로 삼각편대를 가동했지만 화력은 기대 이하였다. 이탈리아가 힘겹게 16강에 올라 1회전에서 탈락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피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