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문화 확 바꾼 '축구 전도사' .. '해외언론이 본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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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을 월드컵 16강에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언론들은 히딩크 용병술이 한국의 보수적 문화와 접목되는 과정을 집중 분석하며 "조용한 문화적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중국=유명 스포츠신문인 추바오(球報)는 "히딩크가 한국 축구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생활과 관념까지도 바꿔 놓았다"고 보도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인에게 잠재되어 있던 국가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주었다는 얘기다.
추바오는 "히딩크가 남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틀린 점을 개선하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중국 체육보는 '히딩크의 음모'란 역설적인 표현을 동원,그의 전술을 극찬했다.
신문은 "한국이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가능하나 히딩크는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며 "그와 반대로 비기기 작전으로 나왔던 포르투갈은 후반에 통한의 허를 찔렸다"고 분석했다.
◆프랑스="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축구실력뿐 아니라 사고방식의 세계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게 프랑스 언론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히딩크의 마력은 전통에 얽매여 있던 한국인의 사고를 세계화하면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인들의 보수적 사고와 네덜란드의 자유개방주의와의 마찰과 문화적 갈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마리화나 판매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에서 자라난 히딩크가 해외 현지 적응 훈련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갔다가 여론의 심한 비난을 받았던 점을 그 단적인 예로 들었다.
◆일본=사커 매거진은 한국과 네덜란드간 축구수준 및 문화적 차이를 비교한 뒤 히딩크의 성공비법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히딩크는 우선 공격력 향상보다는 한국의 약점인 수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맨투맨 수비방식을 유연한 조직플레이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히딩크는 동료들간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큰 성과를 얻었다고 잡지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오누마 세이 전 FC도쿄감독은 "한국팀의 힘은 히딩크 감독의 눈에서 나온다.
선수들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궤뚫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안목이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켰다"고 단언했다.
◆미국=월스트리트저널은 7일자 '올바른 축구'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히딩크는 연장자 우선주의가 아니라 능력중심의 선수기용을 통해 한국을 강한 팀으로 탈바꿈시켰다"고 극찬했다.
뉴욕 타임스 LA타임스 CNN 등은 한국에서의 히딩크 인기를 소개하며 "지난 1월 이후 한국팀은 보다 공격적이고 강한 팀이 됐으며,히딩크는 한국팀에 확신을 심어줬다"고 보도했다.
특히 CNN은 "히딩크는 잉글랜드전에서 고참인 홍명보와 황선홍의 기량이 향상된 것을 확인한 뒤 중심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며 "한국은 변화를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지만 그런 개념을 히딩크가 바꿔 놓았다"고 진단했다.
CNN은 "이는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며 "삼성의 이사회는 히딩크같은 CEO를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뉴욕=육동인.베이징=한우덕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