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carnivalㆍ謝肉祭·축제)의 어원은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vale:고기여,안녕)라고 한다. 금욕, 특히 육식이 엄금되는 사순절을 앞두고 3∼6일 동안 고기를 마음껏 먹고 놀도록 한 데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브라질의 리우, 이탈리아의 베니스, 프랑스의 니스 카니발은 모두 2월에 열린다. 그러나 독일의 맥주, 스페인의 소몰이,노르웨이의 바이킹 카니발처럼 사순절과 상관없이 열리는 것도 많다. 어느 것이나 축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 나아가 동질감을 불어넣는다. 월드컵 응원 열기가 국내에 일찍이 없던 화려한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하던 짓도 멍석 깔면 안한다'고 할 만큼 낯을 가리고 체면을 찾는다. 때문에 향토축제는 많아도 범국민적 축제는 조성되지 않았는데 월드컵대회가 풍토를 바꿔놨다. 밤 12시라는 묵시적 통금시간이 깨지고 끼리끼리 문화에서 탈피,모르는 사람과도 허물없이 쉽게 어울린다. 라이프스타일과 국민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물론 이런 열정은 외환위기 이후 취업난,고용 불안에 시달린 사람들의 억눌렸던 감정 분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한경쟁 속에 서로를 경계해온 이들이 '한국팀 응원'이라는 동일목표를 통해 소속감과 일체감을 만끽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 발산대상이 있어야 하는 만큼 긍정적이라는 소리가 높다.문제는 열기가 지나쳐 배타적 민족주의로 변질되거나 쉽게 달아오르고 식는 속성 때문에 화합에너지로 확산되지 못하고 단발성 행사에 그침으로써 대회 종료 후 심한 허탈감및 그로 인한 일탈행위를 부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미셸 푸코는 '우연과 광기의 역사'에서 이성에 의한 합리주의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거니와 성별 나이 신분을 잊는 축제는 카타르시스 효과만으로 초라한 삶에 생기를 줄수 있다. 모쪼록 이번 축제가 앞으로의 승패에 관계없이 지역감정과 계층간 위화감을 줄이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큰 힘을 창출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