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1천5백cc에 1백마력의 알파엔진을 탑재한 '클릭'을 탔다. 현대자동차가 월드카 개념으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차 치고는 너무 앙증맞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중형차에 익숙해진 눈 때문인지 외관도 그다지 어필하는 맛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키를 돌리면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엔진소음은 최소한 중형차 이상의 정숙성을 갖고 있었고 서행시 승차감 역시 기분좋은 묵직함이었다. 브레이크 역시 부드럽게 작동했다. 급정거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밀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차를 외곽순환도로에 얹어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시속 1백20km까지 가속하는데 1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속도를 좀 더 높여 봤지만 차체의 안정성이나 정숙성도 그대로 유지됐다.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의 곡선주로의 코너링도 수월한 편이었다. 차고가 높아 다소 중심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우였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전기모터방식의 스티어링휠은 조작을 편하게 해주었고 전륜 맥퍼슨 스트럿방식과 최적의 서스펜션 설계는 '쏠림현상'을 극소화해 주는 것 같았다.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졌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는 변속기는 위치와 조작감이 우수했고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는 브레이크페달과 클러치페달을 밟지 않을 경우 변속레버이동과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체가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사고시 얼마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가 불안하기는 했다. 에어백을 장착하면 좀 나을지도 모른다. 실내는 좁지 않았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미니밴 수준의 다양한 수납공간이 배치됐고 2단으로 접히는 뒷좌석은 실용성이 돋보였다. 다만 트렁크 공간이 너무 작아 골프나 레저활동을 하기에는 취약한 점이 엿보였다. 시운전을 마치고 내려보니 외관이 첫 인상때와는 달라보였다. 처음에 뭉툭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겉모습은 유럽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닮은 것 같았고 선형 디자인 역시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아직 낯선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차가 많이 팔려 자주 눈에 띄면 감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