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3부 : (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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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 소비자보호원 법제연구팀장 >
신용카드는 '언제건, 어디서든,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급수단이며 '알라딘의 요술램프'로 인식되고 있는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물이다.
최근 정부의 활성화 정책과 소비문화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카드산업의 성장은 그 절정에 이르러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체회원 증가, 신용카드 범죄, 부당한 채권 추심행위, 소비자신용정보의 불법 사용 등 신용카드로 인한 소비자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신용카드의 소비자문제는 일부 소비자 및 가맹점의 잘못된 이용 행태와 카드사의 무리한 영업활동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용카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드관련 법률은 외국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 할부거래 법률, 신용정보 법률 등으로 분산돼 있어 카드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법적 관리가 불가능하다.
신용카드의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고 신용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선 카드거래의 적정화를 위한 종합적인 소비자법령의 정비가 필수다.
구체적인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용카드의 법적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를 판매신용의 기능만으로 정의하고 현금서비스라는 소비자금융은 부대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신용카드의 이용금액을 보면 현금서비스의 기능이 더 크다.
소비자금융을 본질로 보는 신용카드의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회원모집행위의 제한 등 규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신용카드 거래의 법률관계를 통일적으로 규율해야 한다.
신용카드 거래를 가맹점, 카드사, 소비자의 분리된 계약구조로 보지 말고 하나의 계약공동체로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가맹점 때문에 입은 피해에 대해서 카드사에 항변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된다.
이밖에 할부거래법에 규정된 청약 철회기간을 연장하고 항변권의 범위를 확대하며 이미 지급한 할부금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효과규정을 바꿔야 한다.
셋째, 채권 추심행위에 관한 제도적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채무자의 가족을 상대로 하거나 심야시간대에 이뤄지는 무리한 채권추심은 법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넷째, 소비자가 금융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을 경우 채무자의 지위에서도 금융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미국식 '대출자 책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성년자, 대학생 등 무자격자에 대한 부적절한 카드 발급을 막을 수 있다.
다섯째, 신용카드를 포함한 소비자신용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소비자신용법의 제정이 절실하다.
미국 호주 독일 영국 등에선 이미 신용카드로 인한 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신용법을 제정, 정비해 왔다.
한국에서는 1986년 소비자신용법에 대한 제정 논의가 있었지만 좌절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소비자신용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율해 소비자보호는 물론 소비자신용사업자간의 공정 경쟁을 확보할 수 있는 소비자신용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국제적 규범에 따라 소비자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카드사들이 소비자신용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소비자 지향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