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 '무늬뿐인' 행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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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퀵 서비스업체인 '소쿠하이'의 기무라 아키오 사장은 요즘 국회 회의장면이 TV에 비칠 때마다 채널을 돌려버린다.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정치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에게 또 속은 거나 다름없다는 불쾌감 때문이다.
오토바이로 서류,소형화물을 날라주는 사업을 꾸려 온 그는 작년부터 뉴비즈니스를 한가지 꿈꿔 왔다.
퀵 서비스사업의 노하우와 강점을 활용,우편물을 값싸고 빠르게 전달하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우정사업을 민영화하고,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 플랜도 그의 의욕을 부추겼다.
그는 편지의 경우 통당 1백엔 이내의 요금으로 수도권 일대를 5시간내에 배달해 주기만 하면 수요는 널려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요금이 우체국과 비슷하더라도 배달시간 싸움에서 절대 유리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가 심사중인 법안 내용은 그의 기대를 완전히 빗나갔다.
법안은 특정우편물사업의 신규참여 조건으로 배달요금 개당 1천엔 이상,배달시간 3시간 이내,중량 4㎏ 이상 중 최소한 한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기무라 사장은 1천엔 이상의 요금과 4㎏ 이상의 중량은 민영화의 핵심인 '편지배달'사업을 맘먹지 못하도록 덫을 쳐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3시간 이내에 전달하라는 규정은 영업지역을 꽁꽁 묶어 놓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규제완화는 일본정부의 개혁 청사진에 단골 메뉴로 들어 있다.
내각부의 자문기구로 위원회도 설치돼 있고,명망있는 기업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무늬만 규제완화다.
입만 열면 규제완화와 개혁을 노래하는 것이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지만 '엔터'키를 때려도 실행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오류' 투성이다.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외부에서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
한 고위관료는 국채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일본의 이미지가 또 먹칠된 날 이렇게 불평했지만,기무라 사장의 사연은 선진 강국중 일본만이 거꾸로 가는 이유를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