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협력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것처럼 배타성이 강한 양국 건설업체도 서로 손잡고 세계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지난주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업체 가운데 하나인 다이세이(大成)건설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64)의 소감이다. 임 사장은 이번 방문기간중 다이세이건설 외에도 일본내 5대 건설회사에 포함되는 가지마(鹿島)건설 및 오바야시구미(大林組)의 최고경영자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번 방문기간중 일본 대형업체 대표들과 만남을 통해 일본 건설업체가 한국 건설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놓았다"고 자부했다. 임 사장은 일본업체 대표들에게 양국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한국내 사회간접자본시설(SOC)사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이세이건설 하야마(葉山) 사장은 "현재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추진중인 SOC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으며 롯데건설을 창구로 한·일 건설업체들이 세계시장에 함께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보자"며 두 회사의 제휴를 제안했다고 임 사장은 전했다. 가지마건설은 서울에 지사를 곧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선 연매출 20조원 안팎의 일본 대형건설업체 최고 경영자들이 임 사장과 잇따라 면담한데 대해 다소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측은 일본내에서의 위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지난 92년 7월 일본 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이후 올 5월까지 일본에서만 3억1천만달러의 수주실적을 기록,국내업체 가운데 최고다. 또 2000년엔 일본내에서 단독으로 건설공사 수주가 가능한 A급 업체로 일본 건설운수성에 등록돼 있기도 하다. 임 사장은 "일본 건설기술 수준이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한 수 위지만 특정분야에선 우리 기술수준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양국 건설업체가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롯데건설 측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임 사장의 돌파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8년 4월 임 사장 취임 이후 롯데건설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시장에서 롯데건설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데는 임 사장의 돌파력과 뚝심이 한몫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