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4∼15일) 연세대에서 열린 '세계화 시대의 국제협상력' 세미나에서 지적된 한국의 협상력 제고방안들은 주목해볼 만하다. 아마추어리즘의 극복,전문가 활용,장기적 이익 추구, 타협의 문화적 풍토 배양 등 국제협상에서의 성공요건들이 이 세미나에서 두루 제시됐다. 지구촌 어디에서건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 할 정도로 국제 협상이 잦은 현실을 생각하면 협상의 전략과 전술 문제를 다룬 국제학술대회가 처음 열렸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의 굵직한 사안만 하더라도 출범 초기의 외채만기 협상에서부터 구조조정과 관련된 은행 매각,그리고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 매각 등 한둘이 아니었다. 마늘이나 꽁치 등 특정 품목과 관련되거나 한·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같은 국가간 양자협상은 물론,도하개발 아젠다 등 다자간 협상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들 줄을 이은 협상에서 한국정부나 협상 주체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사례는 불행히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경이 이달초까지 30회에 걸쳐 연재한 '흔들리는 협상전선' 기획시리즈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전문가의 부족, 담당자의 잦은 교체,특히 전략의 부재는 제값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물론 협상자체를 파행으로 몰고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매각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액수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던 제일은행 사례와,상대방의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현대투신 매각,언제나 뒷북만 쳤던 어업협상 등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들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농업 갈등이 없을 것이라는 오판에 근거해 시작됐던 한·칠레 FTA협상은 차라리 고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사례의 하나가 되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 내에서조차 이들 실패한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그 어떤 노력도 없었다는 점이다. 국가 부도위기의 화급한 상황에서 열렸던 외채 만기연장 협상은 또 그렇다 치더라도 이후 거듭된 허다한 협상 과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평가 작업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언제든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만 들게 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세미나가 그동안의 주요 사례들을 평가하고 국제협상에 임하는 전략적 틀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국제협상의 전략을 갈고 닦는 것이 두말할 나위 없이 긴요한 시대가 됐다. 국제협상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