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흘러넘치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는 최근 환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외환보유액이 부담으로 작용,외환시장에 개입(달러 매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극적 달러 매입은 '통화 공급량 확대'로 이어져 인플레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햇동안 1천억달러나 늘어난 1조2천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세계 중앙은행의 전체 보유액 1조7천억달러 중 약 70%에 해당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지난 3일자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넘쳐나는 달러를 어디다 써야할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세계 1∼5위 국가가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한국 등 동북아 지역에 몰려있다. 이들 5개국의 보유액 합계는 최근 1조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 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두려는 정책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국가의 외환보유액은 위기 재발을 위한 '보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젠 너무 비싼 보험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