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스페인-아일랜드의 16강 경기의 승패가 승부차기로 결정돼 새삼스럽게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넣으려는 자와 막는 자의 정면대결인 승부차기는 이론적으로 골키퍼에게 '절대불리'한 게임이지만 실제로는 심리싸움에서 판가름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축은 심리싸움의 패배=골대 정면 11m 앞에서 차는 승부차기는 과학적으로는 성공 확률이 1백%다.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승부차기 속도는 대략 시속 1백20∼1백50㎞에 이른다. 1백20㎞대라면 골대에 이르는 시간이 불과 0.33초. 반면 골키퍼의 반응시간은 0.25∼0.35초로 여기에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까지 합치면 볼을 정면으로 차지 않는 한 골키퍼가 이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승부차기 실패는 키커가 골키퍼와의 수싸움과 심리적 겨루기에서 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커들은 킥을 하기 전 목표 지점을 정하게 되는데 '막히지 않을까'하는 부담감에서 골문을 벗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슛을 날리는 것이다. ◇선축이 유리?=승부차기는 통계상으로 선축이 약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에서 선축한 팀이 53-47 정도로 승률이 앞서있기 때문. 그러나 일선 감독들은 "먼저 차는 선수가 성공시켰을 경우에만 심리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이탈리아전 누가 유리할까=월드컵 승부차기 경력이 없는 한국과 승부차기 전패의 이탈리아가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린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양팀 모두 '경험부족'과 '징크스'라는 약점이 있어 단순하게 비교할순 없다. 한국은 2라운드에 올라본 적이 없어 피말리는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9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로 고배를 들었고 94미국월드컵 결승에서도 마지막 키커 로베르토 바조의 허망한 실축으로 브라질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98년 대회 8강전에서도 이탈리아는 프랑스에 승부차기에서 패퇴하는 등 3차례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를 날려 버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