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16강전을 하루 앞둔 17일 이탈리아 반도에는 묘한 흥분과 팽팽한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다. 16강 진출과 함께 월드컵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는 한편에는 지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대회 때 북한에 당한 악몽도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팀의 전력과 사기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승리와 패배의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게 현지의 일반적 시각이다. 1990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아젤리오 비치니도 "한국보다는 포르투갈이 16강에 올라오길 바랐다"고 말했다. 한편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대사 김석현)은 불상사에 대비,공공장소에서 경기를 단체응원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도 '태극전사에 대한 두려움'과 '아주리 군단이 해낼 것이란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영TV 라이우노는 월드컵 특집 생방송을 통해 한국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있으나 초청된 전문가들간에 대 한국전 전망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이탈리아가 한국과 비교해 부족할 게 뭐가 있느냐"며 자신감을 보인 반면 다른 쪽에선 "한국팀이 심상치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반 여론도 마찬가지다. 밀라노 현대자동차 이탈리아 판매 총대리점 줄리오 델 피에트로 소장은 "이탈리아가 2-1로 승리할 것"이라며 "역대 전적에서 절대 우위를 자랑하는 축구 강호 이탈리아가 한국에 쉽게 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스포츠 전문지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는 "홈그라운드팀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아주리 군단은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36년 전 대 북한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일간 아베리네는 '또 다른 한국과 맞서는 이탈리아팀은 침착하라'란 제하의 기사에서 1966년 북한에 당한 악몽이 아주리 군단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로마·밀라노=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