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작업을 할때는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새벽녘까지 PC를 붙들고 앉아 씨름하기 일쑤인 프로그래머의 세계에 여성의 몸으로 당차게 뛰어든 한국문화진흥의 웹마스터겸 엔지니어인 범수현(26)씨. "PC는 분명 생명체"라고 믿는다. 평소 가까운 직원들과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수줍어한다는 범씨는 PC를 마주하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단다. 그래서 취미조차 PC와 지내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문화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진흥이 운영하는 문화포털 컬처랜드(www.cultureland.co.kr) 사이트에는 범씨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범씨는 소망은 소박하면서도 당차다. 웹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인간적인 따스함이 물씬 배어나는 사이트를 만드는게 바로 그것이다. 그는 편안하고 따스한 사이트를 만드는 길을 이미 터득한 듯싶다. "제 마음이 편안해야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도 쉽고 편안해 질거예요" 범씨는 고객상담도 자발적으로 도맡고 있다. 각종 문의메일에 꼬박꼬박 답변해주는 것은 물론 실명과 함께 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사이트 특성상 인터넷에 익숙치 못한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프로그래머로 인정받고 있는 범씨는 뜻밖에도 "영양사"출신이다. 전남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졸업후 영양사로 일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은 영양사라는 직업은 수줍음이 많은 범씨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하던 "IT교육과정"에 도전했다. 프로그래머 자격증을 딴뒤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업체와 웹에이전시업체를 거쳐 고객업체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진흥으로 이직했다. 범씨는 프로그래밍을 공부중인 남편과 함께 자신이 배운 기술과 노하우,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게 꿈이다. 신세대답지 않게 "남들에게 뭔가를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아요.아직 젊잖아요.설사 나중에 청소부가 된다해도 젊을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청소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