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ceo@kab.co.kr 필자가 사는 아파트 근처에는 중형 슈퍼마켓과 함께 고만고만한 과일가게가 몇 개 나란히 있다. 그 중 유난히 손님들이 많이 찾는 가게가 있어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그곳 젊은 부부는 항상 웃으면서 손님을 대하는데,참외 수박뿐 아니라 땅콩 고구마 야채까지 여러 품목을 내놓고 있어 거의 작은 슈퍼마켓 수준이다. 필자도 그 가게의 단골고객 중 한 사람으로,오면가면 그들의 경영기법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이 자기들끼리 있을 때나 주민들과 어울릴 때나 항상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세살배기 딸까지 동네 어린이들과 함께 웃고 논다. 이들이 파는 과일은 고품질과 맛이 보장된다는 점이 다른 점포와 차별화된다. 주인이 직접 산지를 돌아다니면서 맛좋은 품종만을 골라 내놓고 있어 어지간히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다시 찾곤 한다. 단골고객에게는 적당히 덤을 주는 애교 섞인 상술까지 곁들이고 있어 고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잦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 살배기 딸까지 동참한 전력투구의 구멍가게 경영철학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가진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단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성과를 올리는 것은 강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며 이 과정에서 단점도 묻히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일가게 부부는 기본적인 '근면성실'을 바탕에 깔고 '성심성의'라는 카드로 고객을 집중 공략해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고객 집중력 발휘로 소자본 경영인으로서 규모의 영세성을 극복하면서 주민왕래가 잦은 목의 위치적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슬기로운 지혜가 엿보인다. 최근 한국축구대표팀의 히딩크 감독은 기본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한 골문 앞에서의 집중력을 강조해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상도덕(商道德)을 고루 갖춘 과일가게 부부 역시 프로다운 승부근성으로 고객의 신뢰를 수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거상(巨商)도 그 출발은 미약(微弱)하였다. 전력투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젊은 부부의 풍요로운 미래가 결코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