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정치자금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보고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안청시 서울대 교수(사회자)를 비롯해 개선방안을 연구한 강원택(숭실대).김민전(경희대).김용호(인하대).박철희(외교안보연구원).백창재(서울대).장훈교수(중앙대) 등이 제안설명을 한 뒤 각계인사들과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함승희 의원(민주당), 김석중 전경련 상무, 김현태 선관위 정당국장,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심지연(경남대).임성호 교수(경희대) 등이 참여했다. [ 참석자 (가나다 순) ] 김석중 < 전경련 상무 > 김현태 < 선관위 정당국장 > 손혁재 < 참여연대운영위원장 > 심지연 <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 > 임성호 <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 > 함승희 < 국회의원 > 안청시 < 서울대 정치학 교수 (사회) > -------------------------------------------------------------- ◆ 중앙당 사무국과 지구당 폐지 △ 김용호 교수 =지구당은 실업자들이 모여 시간보내는 곳이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지구당이 제 기능을 하는지 회의적이다. 또 5.16 이후 40여년간 지구당은 운영형태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앙당만 총재의 독점구조가 아니라 지구당 위원장도 지역구에서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이들 지구당 조직이 조직 자체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대규모집회 등 고비용 정치를 지속시키고 있다. △ 함승희 의원 =지구당이 정치자금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폐지에 앞서 선거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조직과 친소관계,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구당을 폐지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무턱대고 지구당을 없앨 경우 사조직만 양성화하게 된다. 중앙당 사무국과 지구당을 폐지하고 미디어를 통한 후보자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선거기간중에 정책뿐 아니라 평소 의정활동이 적절히 보도돼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현태 국장 =정당활동 규제와 정치자금 사용활동 규제는 정당 스스로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구당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제도의 문제인가 운영상의 문제인가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현행 정당법에서도 지구당은 의원선거구의 10분의 1만으로도 유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제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정당 스스로 지구당을 줄이도록 하든가 운영방법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지구당 조직을 폐지할 경우 대체조직이 나오게 된다. △ 손혁재 운영위원장 =중앙당이 독주하는 현실에서 지구당 조직을 비상설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돈을 줄이기 위해 미디어 선거운동을 하자고 했는데 미디어 선거운동은 능력 있는 후보보다 능력 있는 것처럼 보이는 후보가 국민에게 더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는 이미지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 정치자금 개선 시민위원회 설치 △ 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민간 전문가위원회에 정치자금 개선안 작성과 실행을 맡기면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채택하게 된다. 따라서 초당적인 시민위원회를 직접 국회에 설치, 4년이나 5년 간격을 두고 계속 정치자금 개선문제를 논의하는게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은 사실상 힘들겠지만 초당파적으로 골고루 위원회를 구성하면 토론을 통한 합의는 가능하다고 본다. △ 임성호 교수 =시민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위원을 누구로 정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정당간 갈등이 심화될 우려도 있고 위원회가 구성되더라도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 또 위원회가 정치인들의 책임회피용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 정치자금 기부금 주총 승인 △ 강원택 교수 =영국에선 2000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에서 기업이 정치자금을 조성할 경우 조성한 금액에 대해 주주총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이 제도는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무엇보다 기업들을 부당한 정치자금의 압박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 김석중 전경련 상무 =재계는 올초 불법 선거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로 정경유착은 사실상 사라졌다. 기업회계가 크게 투명해진 만큼 주총승인제는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자금의 제공처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다. 만약 기업이 야당의 정강정책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공개적으로 후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정치권과 행정부 사법부가 여전히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는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행정부와 정치인의 기업에 대한 간섭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기업도 떳떳하게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과 의원을 지원하고 싶지만 기업에 대한 규제가 걸림돌이다. ◆ 국고보조금제도 개선 △ 김민전 교수 =기존의 원내교섭단체와 의석수를 중심으로 배정하던 국고보조금 분배방식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기존 제도에선 원내교섭단체를 이뤘는지 여부와 의석수 중심으로 돈이 지급돼 의원들이 당적을 옮길 경우 돈이 따라 움직였다. 정치권의 잦은 이합집산을 현행 국고보조금제도가 부추긴 셈이다. 따라서 원내교섭단체나 의석수 중심의 국고보조금 분배만 방지해도 정당정치의 제도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 배분원칙을 득표수 중심으로 옮기면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특히 당비비율을 국고보조금 액수와 연계시킬 경우 기존정당의 기득권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 손혁재 위원장 =현재의 국고보조금제도는 자금의 용처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정당들의 재정구조를 보면 대부분의 정당에서 당비보다 보조금이 더 많아 보조라는 말이 무색하다. 따라서 당비와 보조금 지급을 연계하는 '매칭펀드'에 동의한다. 또 보조금이 정당 보스의 사금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조금의 용도도 지정해야 한다. △ 심지연 교수 =득표율에 따른 보조금 분배의 경우도 한번의 선거결과가 아닌 최근 2개 총선과 2개 지방선거 득표율을 모두 고려해 보조금 지급비율을 결정하는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