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침투와 강한 압박으로 무적함대 스페인도 격침시켜라.' 오는 22일 광주에서 4강행 티켓을 놓고 한국과 맞닥뜨리는 '무적함대' 스페인은 화려한 공격진의 화력에 비해 수비진이 의외로 취약한 편이다. 기질적으로 몸싸움에 약하고 다혈질적인 스페인의 플레이 스타일은 강도 높은 압박에 쉽게 무너져 내린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장점인 스피드와 체력을 십분 발휘한다면 예상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특히 스페인은 이번 대회 16강전까지 4게임에서 5실점, 매 경기 골을 허용할 만큼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다. 약체 남아공과 슬로베니아전에서도 어처구니없이 역습을 당하기 일쑤였다. 16강전에서 아일랜드와 맞섰을 땐 후반 수비위주의 경기를 운영하다 패배직전까지 갔었다. 푸욜, 이에로, 나달, 후안프란의 포백 수비라인은 발 재간이 좋지만 체력과 몸싸움에서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다. 34살의 노장 이에로가 이끄는 수비진은 아일랜드 공격수 로비 킨과 킬베인이 빠른 2대 1 패스로 침투해 들어오자 측면 방어막과 조직력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약점을 노출했다. 설기현 박지성이 좌우측 깊이 파고들어 수비라인 전체를 흔든 뒤 송종국 이영표가 스피드를 살린 오버래핑을 시도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데페드로, 발레론, 엔리케로 이루어진 미드필드진은 세밀한 패스를 주축으로 전방 공격진과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는게 특징이다. 플레이메이커 발레론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공격은 중원에서 라울, 모리엔테스 투톱으로 직접 이어지거나 좌우측 데페드로, 엔리케를 거쳐 중앙으로 연결된다. 레알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는 라울과 모리엔테스의 콤비플레이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발빠른 수비수 푸욜과 수비형 미드필더 바라하의 공격 가담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특급 스트라이커 라울은 아일랜드전에서 드러났듯이 밀착마크를 당하면 신경질적으로 변해 활동반경이 급속도로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김태영이 라울을 찰거머리 수비로 막는다면 스페인의 득점루트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개인기를 과신한 나머지 지나치게 여유를 갖고 플레이하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뒷심이 부족한 약점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스페인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