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雄 찬가'] 반지의 제왕 '안정환' .. 연장막판 환상 헤딩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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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안정환.
한국의 8강행 티켓을 선사해준 해결사는 역시 그였다.
지난 10일 D조 예선리그 미국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시켜 한국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낸 드라마의 주인공도 그였다.
그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후반 극적인 골든골을 터뜨림으로써 한국 축구사의 새 장을 쓴 축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안정환의 시작은 악몽이었다.
전반 5분.
그가 찬 페널티킥이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만 것.
지옥을 경험했다.
그러나 위축되지 않았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42분 설기현의 동점골로 그에게 30분이 주어졌다.
그리고 절치부심.
이탈리아의 문전에서 부지런히 몸을 부리며 터닝슛과 대포알 프리킥 등을 날리던 그에게 운명의 기회가 왔다.
연장 후반 11분.
좌측을 파고 들던 이영표가 회심의 크로스를 날렸다.
순간 쇄도하던 반지의 제왕이 독수리의 눈빛으로 공중에 솟구쳤다.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뽑아내던 것과 같은 루트.
그가 가장 자신있어 했던 패스였다.
볼은 안정환의 머리를 맞고 오른쪽 골문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골든골.
아주리 군단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그가 한국 축구의 새 영웅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에는 꿈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든 시련이 눈물과 함께 녹아내렸다.
안정환은 '멋진' 플레이에 집착하다보니 슛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수비 가담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면서 그는 달라졌다.
선진축구의 생존법과 대표팀에서조차 주전을 꿰차지 못한 데서 나타난 위기감이 그를 확 바꿔놓았다.
공을 잡는 순간부터 슈팅까지 독점하려는 개인주의도 사라졌다.
결국 히딩크 감독의 생각까지 바꿔놓는 대변신에 성공했다.
초등학교 때(서울 대림초) 선배의 권유로 축구에 입문한 안정환은 남서울중-서울기공-아주대를 거치면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프로축구에 뛰어 든 98년 '베스트11'에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에는 프로축구선수로서 최고영예인 MVP가 됐다.
2000년 7월에는 부산 아이콘스에서 이탈리아 페루자로 임대돼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이달은 그의 임대 만료일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