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지난달 16일 서울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지 34일 만인 19일 2남 홍업씨가 검찰에 소환됐다. 홍업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말했다. 홍업씨는 지난 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조사를 받았던 11층 특별조사실에서 비자금 사용처 등을 추궁당했다. ◆ 뭘 조사받나 =검찰은 피내사자 신분인 홍업씨를 상대로 △직접 또는 김성환 이거성 유진걸씨 등 이른바 '측근 3인방'을 통해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의 정확한 규모와 경위 △기업체의 청탁을 받고 관계 기관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김성환씨, 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 등을 통해 28억원을 세탁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측근 3인방'을 통해 기업체 돈 20억여원을 건네받고, 실명계좌에 기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2억∼3억원을 직접 입금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홍업씨가 측근들을 통해 관리해온 수십억원의 비자금의 정확한 출처와 사용처, 대선 잔여금 포함 여부 등도 추궁하는 한편 김 전 아태재단 실장이 작성한 '국정원 5억' 메모 등과 관련, 국정원과의 돈 거래 의혹도 조사키로 했다. ◆ 사법처리 전망 =검찰은 홍업씨가 각종 청탁 등의 대가로 기업체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날 밤 긴급체포한 뒤 이르면 20일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가 직접 돈을 받았는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라며 "측근들이 돈 받은 것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청탁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 최소한 알선수재 공범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기업체 등으로부터 수수한 자금중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 돈에 대해선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유제인 변호사는 "홍업씨가 유진걸 이거성 김성환씨 등 측근들로부터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 알선수재로 영장을 청구한다면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후진.이상열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