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양판점 하이마트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특히 이 분쟁은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지분과 관련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 고위 관계자는 하이마트에 대한 지분권을 요구하면서 이 회사 S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1987년 대우전자가 하이마트의 전신인 한국신용유통을 설립할 당시 자본금에 김우중 전 회장 등의 개인자금 7억8천만원(당시 지분율 15%)이 포함됐다. S사장은 99년 대우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이를 임의 처분하거나 헐값에 인수,개인 및 측근의 지분을 늘렸다는 게 고발인측 주장이다. 하이마트에 출자된 김 전회장의 자금은 이 회사 임직원 19명의 이름으로 분산,예치됐으며 당시 대우전자 국내영업을 담당했던 구조본 고위관계자가 관리해왔다. 고발장에는 지분을 명의신탁해준 현 하이마트 임원 등 19명과 맺은 주식매매약정서도 증거로 첨부됐다. 검찰은 지난주 S사장을 포함,하이마트측 관련 임직원에 대한 소환조사에 착수했다. S 사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발단=이번 분쟁은 대우전자와 하이마트간 5천3백억원에 달하는 빚분쟁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10월 하이마트가 대우전자의 물품판매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분쟁은 대우전자가 하이마트로부터 받지 못한 물품대금 등 5천3백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업분할을 앞둔 대우전자는 생존차원에서 국내 전략적 유통망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반면 하이마트는 대우와의 채무관계를 정리하고 관계를 청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 2월 양측이 가합의에 도달했으나 하이마트측 이사회에서 합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두 회사의 갈등이 전 대우그룹 최고경영진까지 개입하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전말=하이마트 설립 당시 초기 자본금(52억원)은 김 전회장 지분 외에 세계물산 신성통상 (주)고려 (주)신한 이수화학 등 당시 대우의 위장 계열사가 각각 출자했다. 고발인이 주장하는 15% 지분권의 근거는 이중 7억8천만원의 출처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위장계열사 지분은 하이마트측이 인수,임직원과 일부 특수관계인 명의로 바뀌었다. 김 전회장이 명의신탁한 지분도 일부 변동이 이뤄졌다. 7억원 중 5억원 가량이 하이마트의 지점장 출신인 J모씨 이름으로 넘어간 후 다시 K씨로 변경됐다. 또 최모 상무를 비롯 6명의 명의신탁해준 임직원이 주주로 남아있다. 하이마트측은 이에 대해 "초기 자본금에 김 전회장의 지분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며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경영권 안정차원에서 차명으로 등록된 직원들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흡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장=하이마트는 국내 가전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매출 1조5천억원의 대표적 가전유통업체다. 고발인의 주장대로 지분 15%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될 경우 당장 하이마트 최대주주가 달라진다. 현재 1대주주는 11%가량을 보유한 S사장이다. 다만 하이마트가 증자와 위장계열사 지분인수 등을 거치면서 지분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경영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또 고발인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회장의 돈으로 확인되더라도 공적자금 회수차원에서 국고로 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김 전 회장의 개인자금과 명의신탁,위장계열사를 통한 지분분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번 사건의 성격이다. 검찰 고발이라는 사실상 '공개적'인 방법으로 하이마트가 대우의 위장계열사였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던 대우 위장계열사의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재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