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앞으로도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18일 밤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전국민이 꿈에 그리던 한국의`8강 진출'이란 세계 축구의 새역사를 이뤄낸 117분의 기적과 감동의 드라마는 하루가 지난 19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직장이나 학교, 음식점, 길거리 등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날 밤의 태극전사들이 온몸을 불사르며 감동으로 일궈낸 위대한 `8강의 기적' 만이 유일한 공통화제가 될 뿐 더이상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400만명이 넘은 전국의 길거리 응원단과 온국민은 감격에 겨워 밤새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희하거나 극적인 축구 드라마를 TV 재방송으로 보고 또 보며 쉽게 잠을 이뤄지 못했다. ◆ 새벽까지 축제 이어져 = 8강 신화의 도시 대전을 비롯, 길거리 응원이 펼쳐졌던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등 전국의 길거리에는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새롭게 쓴`월드컵 역사'의 기쁨에 젖은 시민들로 뒤덮혀 그야말로 밤새 거리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시민들은 떼를 지어 저마다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했고, 강강수월래 등 흥겨운 춤판을 벌였으며, 달리는 차량들도 ` 빵빵∼빵빵빵' 응원 박자의 경적을 울려대는 등 잔치는 새벽까지 그칠 줄 몰랐다. 대학로와 신촌, 강남역, 명동 등지에는 서로 얼굴도 이름도 집도 알지 못하지만20여만명이 넘는 수많은 붉은 물결의 젊은이들이 마냥 하나된 가운데 밤새 술집 마다, 길거리 마다 자리를 펴고 술잔을 나누며 승리의 기쁨과 열기를 한껏 즐겼다. 대학생 김준석(23)씨는 "한국의 8강 진출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라며 "이런 기분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잔을 나눴다"고 말했다. ◆ 한국의 `기적' 보고 또 보고 = 아파트 등 주택가 곳곳에서는 새벽 3∼4시가넘어서도 TV 재방송으로 그라운드의 신화를 다시 느껴보느라 집집마다 불이 꺼지지않았다. TV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골인 장면 등 승리의 순간 마다 열성 축구팬들이 계속 함성을 질러대는 바람에 잠 못이루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날밤 감격에 이어 19일에도 직장, 집, 거리마다 TV에서 한국팀 경기장면이 나오면 또다시 삼삼오오 지켜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주부 장기일(34)씨는 "가족과 함께 한국 경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면서 "축구뉴스도 보고 경기 재방송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볼 때마다 코끝이 찡했다"며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 직장인들 `8강 신화' 화제 = 승리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채 19일 출근한직장인들은 이날 하루종일 오로지 `역전의 축구 드라마'만이 이야기 화제가 될 수있었다. 새벽녁까지 길거리 응원에 동참하거나 술집 등지에서 밤을 새 충혈된 눈으로 아침 늦게 직장에 출근하는 지각 회사원들이 잇따랐지만, 직장 동료들은 오히려 웃음으로 맞이하기도 했고, 일부는 근무중 못잔 잠을 이루며 전날 밤 피곤을 간간이 달래기도 했다. 회사원 황진경(30.여)씨는 "출근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어제 TV 재방송 경기를보느라 잠 한숨 못잤다며 피곤한 기색들이었다"면서도 "어제 경기하는 것처럼만 하면 우승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국의 계속된 선전을 기대했다. ◆ 학교는 수업도 힘들어 = 초중고 학교에서도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한국의 8강 신화에 이야기 꽃을 피웠고 들뜬 분위기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지경이었다. 무학여고 교사 정미령(40.여)씨는 "학생.교사 할 것 없이 모두 아직 흥분이 채가시지 않은 상태"라며 "한국이 계속 이렇게 잘하면 29일로 예정된 기말고사도 연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까지 나오는 등 월드컵으로 학사일정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들뜬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상봉중 교사 김은정(32.여)씨는 "아침조회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대∼한민국을외치고 있었다"며 "학생들은 다음주가 시험인데 `공부가 되겠냐.시험을 미뤄달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의초등학교 등 일부 학교는 대부분 학생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등교, 전날한국경기를 보며 느낀 점을 발표하도록 하는 등 의미있는 `월드컵 공부'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시민들, `우승까지 가보자' = 시민들은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점치며 지금같이 하나된 몸과 마음으로 4강, 우승까지도 가보자며 입을 모으고 있다. 서정아(36.여.회사원)씨는 "직장 동료들끼리 4강전, 결승전 경기전망이 한창"이라면서 "한국팀이 이정도 기세라면 8강전 스페인도 차근히 넘어 분명 다음 차례인 4강의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기제(33)씨는 "히딩크 감독의 담대한 지략, 선수들의 불굴의 투지, 전국민의뜨거운 붉은 물결의 응원이라는 3박자가 하나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봤다"며 "우리가 이렇게 필승의 의지를 갖는다면 우승이라고 못할 게 뭐있냐"며 자신만만해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