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붉은함성 열기 속에서..姜萬洙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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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극전사들이 최강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골든골로 역전승하는 순간 아파트는 동시에 지르는 환호성으로 내려앉을 듯이 진동했다.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이렇게 동네가 진동하는 것을 경험하기는 난생 처음이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가 '월드컵 맥주' 한 캔을 들고 열광하는 대열에 끼였다.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고,지나는 차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빵빵∼빵 빵 빵'으로 화답했다.
우리가 월드컵 8강에 오른 이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역사를 새로 쓰게 했고,이 감격의 순간에 서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4천7백만이 한반도를 붉게 물들이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새로운 역사는 부산에서 강적 폴란드를 꺾으며 쓰여지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비기고 인천에서 16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대전에서는 세계가 깜짝 놀란 8강의 신화를 이루었다.
다음 광주로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신화가 창조되는 역사의 현장에 동참한 것이 감격스럽다.
부산에서부터 월드컵경기장을 온통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더니,내가 간 대구 월드컵경기장도 '붉은 악마들'의 진홍색 'Be the Reds'셔츠로 붉은 물결이 출렁거렸다.
아내와 함께 붉은 셔츠를 입고 역사의 대열에 끼였다.
경기시작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붉은 악마들'의 인도로 모두가 열광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 짝."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오 오 레 오 레 오 오 오."
한국팀이 스타디움에 들어 설 때 6만여명이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합창하니 스타디움이 진동했다.
애국가가 시작되자 거대한 태극기가 파도쳤고,'동해물과 백두산'은 장엄하게 퍼져 나갔다.
휘슬이 울리자 우리의 붉은 태극전사들은 처음부터 힘과 기술에서 모두 미국팀을 압도했다.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는 열기를 더해가고 스타디움은 터질 듯했다.
힘과 기술에서 압도한 경기였는데 페널티킥도 놓치고 1-1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을 누르고 16강에 오르기를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남아 한동안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포르투갈이 우승후보라지만 정면 돌파하는거야. 6·25 전쟁같이 부산을 거점으로 대구에 교두보를 쌓고,인천에서 히딩크 상륙작전으로 이기는거야.다음에는 대전을 수복하고 그리고 광주까지도….코리아타운이 불탔던 LA폭동의 상처가 겨우 아물었는데 교포들에게는 이기면 겁나고 지면 분해서 곤란하다던데,비긴 것이 잘된 거 아닌가.
정치적 계산으로 지방선거일을 밀고 당긴 정치인들이 얄미워서라도 선거 다음 날 16강을 가리게 된 것이 좋고.애써 뜻이 있는 스코어'라고 위로를 삼으며 스타디움을 걸어 나왔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바람대로 '히딩크 상륙작전'으로 거함 포르투갈을 격파하고 16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대전에서 최강 이탈리아를 꺾어 세계를 더 놀라게 하고,8강까지 내달았다.
지금은 4강이 아니라 우승까지 넘보게 됐으니 아무래도 꿈결같다.
부산에서 대구로, 인천에서 대전으로 붉은 물결이 파도치며 온 국민은 하나가 됐다.
역사상 이렇게 온 국민이 하나가 되고 함께 기뻐한 적이 언제 있었던가.
우리의 어두운 역사 속에 민중의 역사는 강하고 찬란했다.
임진왜란 때 관군은 쉽게 패퇴했지만,의병들이 일어나 구국의 등불을 켰다.
독재정권도 민중이 타도했고,민주주의도 민중의 힘으로 쟁취했다.
부·마산에서 시작된 4·19혁명과 10·26사태는 독재정권을 타도했고,광주사태와 6·10항쟁으로 민주주의는 쟁취됐다.
히딩크가 이끄는 태극전사들과 '붉은 악마들'은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내친 김에 광주로 서울로 가 우승까지 달려보자.
많은 돈을 들여 치른 월드컵이지만,이 감격과 하나됨과 자신감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가! 높아진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는 그 얼마인가!
자정이 넘어도 거리는 열광을 멈출 줄 몰랐다.
히딩크 만세! 태극전사들 만세! '붉은 악마들' 만세!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