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면서도 오염물질은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반도체 생산 기술이 개발됐다고 19일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스티븐 추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이 기술이 "반도체 성능은 18개월 마다 2배로 향상된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또다시 입증하는 것이자 그 이상의 기술혁신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BBC는 밝혔다. 추 교수는 과학잡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석영 주물틀을 실리콘 위에 압착한 뒤 레이저를 이용해 원하는 회로형태를 녹이는 기술을 적용할 경우 현재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반도체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이 기술을 실제 생산에 활용할 경우 지금과 동일한 반도체 면적에 회로 등의 부품을 100배 이상 많이 집적시킴으로써 반도체의 정보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 교수는 또 이 기술은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물리적 공정으로만 되어 있어 생산과정에서 유독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고 BBC는 밝혔다. 현재의 기술로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에는 우선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의 형태들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인쇄해야만 한다. 이어 일종의 밑그림인 인쇄된 영상들을 부식시켜 그 위에 실제 회로를 만들고 난 뒤 인쇄된 영상을 제거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문제는 최근엔 반도체 칩 하나의 크기가 13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0만 분의 1mm)에 불과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반도체 칩 생산 기계는 매우 정밀해야 하며 1대당 보통 20억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한 곳을 만드는데만 2조원이 넘는 것이 보통일 정도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또 회로 형태를 부식시키고 인쇄된 영상을 세척 즉, 제거하는 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게 된다. 추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은 반도체 생산 기술 발전 속도를 20년 앞당기는 방법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한편 지난 1965년 당시 인텔 사장이었던 고든 무어는 같은 면적의 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주장했으며, 이 법칙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도체 기술 발전이 한계에 달했다는 예측들을 깨며 현실로 입증되어 왔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