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3苦 태풍'에 안절부절] "가뜩이나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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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 여성이 생리용품을 사용하다가 쇼크로 사망하는 사건이 오래전에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은 해당업체에 대해 1천만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부과했다.
생산업체가 자사제품 사용중에 발생할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미흡했고 제품개량과 회수를 게을리 했다는게 주된 징벌사유였다.
이제 이같은 제품결함에 따른 손해배상이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오는 7월1일부터 국내에서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되면 크고 작은 손해배상이 부쩍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와 불법체류 외국인력 단속강화등으로 중소기업들은 3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이같은 '3고 태풍'은 자칫 한계선상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연쇄도산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 외국의 PL법 도입현황
현재 PL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30개국에 달한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미주지역 4개국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지역 21개국 기타지역 5개국 등이다.
미국이 1965년에 도입, 세계 최초로 이를 시행했고 여타 국가들은 대부분 80년대말과 90년대에 실시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PL제도 도입후 손해배상청구가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95년에 PL제도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 법시행 1년전에는 손해배상관련 신고건수가 3천71건에 그쳤으나 법시행 1년뒤에는 5천7백65건으로 87.7% 폭증했다.
◆ PL법 도입에 따른 업계 파장
국내 PL법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도 외국처럼 PL법 도입후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사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상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소송을 감당할 능력이 취약하다는데 있다.
손해배상에 따른 위험을 덜려면 PL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부담금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입하기도 쉽지 않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보험에 가입하자니 당장 자금 부담이 크고 가입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협중앙회는 현재까지 PL단체보험(개별보험 가입 제외)에 든 중소기업은 2백88개사에 4백36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은행권 주5일 근무 걱정 태산 =중소기업들은 은행의 주5일근무와 관련해 걱정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
원활한 금융거래 여부와 인건비 상승이다.
특히 대금결제와 환전이 토요일에 걸릴 경우 자금운용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금자동인출과 인터넷 뱅킹도 자금결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의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산업현장에 '놀자' 분위기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근무시간 축소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하락도 걱정이다.
기협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중소기업의 인건비는 평균 2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족한 생산인력
중소기업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협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인력부족률은 9.9%에 달해 상반기보다 3.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업원 20인미만의 기업들은 11.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은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에서 상품 포장재를 생산하는 D기업의 정 사장은 "10여명의 병역특례자를 면접했는데 근무환경이 나쁘다며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외국인력이 없으면 기계를 세워야 한다"며 외국인산업연수생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치구 전문기자.이계주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