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심상치않은 美 반도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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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성전자 등 전세계 메모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독점금지법 위반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며 증시 전체가 충격을 받은데서 나타나듯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 이번 조사가 자칫 반도체업계의 수익성과 경쟁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조사는 D램 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는 PC업체들의 주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며 반도체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자,수요업체인 PC업체들이 협상력 약화를 우려해 선제적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PC업체들이 저가전략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IT수요 회복전망마저 불확실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특히 그러하다.
문제는 D램 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했다는 것이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델컴퓨터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생산업체들의 담합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지만 최근 D램가격은 하락세였다.
그래선지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담합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 법무부가 그런 점을 감안하지 않았을리 없다고 본다면 이번 조사는 결코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회복중에 있다지만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다시 침체가 올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시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는 조사에 미 법무부가 나섰다는 것도 예사롭게만 볼 수 없는 점이다.
그렇다면 혹시라도 미국 정부가 무슨 다른 목적을 갖고 독점금지법이라는 잣대를 활용,작금의 반도체 경쟁구도에 의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은 아닌지까지도 예의주시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강도높은 조사과정에서 여러가지 협상이 이뤄질 수 있고 보면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이번 조사는 바로 그런 점에서 그 파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당장 D램 업체들의 가격협상력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D램 고정가격이 추가 하락하면서 반도체가격 반등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로선 우려할 대목이다. 하이닉스의 운명에도 또 하나의 중대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수집과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