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을 제품 판매에 적극 이용하는 게 컬러마케팅이다. 1920년 미국의 파커사(社)가 모양만 조금 가늘 뿐 색상은 남성용과 똑같이 검정과 갈색 일색이던 여성용 만년필에 빨간색을 도입, 시장을 석권한 걸 시초로 친다. 색깔마케팅 방법으로 널리 쓰이는 건 파커의 경우처럼 특정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색상을 도입하는 것이다. 식음료에서 시작, 가구 자동차 가전제품 등 소비재 전체로 확산됐다. 초콜릿에 빨강 노랑 초록 등의 색을 입혀 매출액을 3배나 늘린 M&M초콜릿이 대표적인 예로 꼽히거니와 최근 식품회사에서 초록색 케첩,초록색과 파란색 치즈,노란색 콜라 등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 전략이다. 그런가하면 회사나 상표의 고유색을 통해 구매자에게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도 있다. 실제 세계적인 브랜드는 용기나 포장지에 고유색을 사용, 소비자에게 특정상표 사용에 대한 자부심을 부여한다. 티파니의 하늘색,샤넬의 검정색,카르티에의 와인색,에르메스의 주황색 등이 그것이다. 색깔에 대한 국내의 의식은 81년 4월 컬러TV 방송이 이뤄지면서 크게 달라졌다. 백색가전으로 불리던 전자제품에 아이보리 검정 등의 색깔이 도입됐는가 하면 패션과 생활용품 모두 다양해졌다. 요즘엔 냉장고 색상이 파랑 카키 갈색 빨강 은색 금색에서 연보라 연분홍까지 다변화됐을 정도다. 월드컵대회에서 한국팀이 승승장구, 8강에 진출하면서 온통 빨간색 물결이다. 빨간색은 열정과 활력 힘 적극성 행동력 역동성 등의 이미지를 갖는다. 평범한 저기압성 대기불안정 상태가 토네이도로 변하듯 예기치 못한 일이 한꺼번에 전염돼 폭발하는 극적인 순간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소비의 미래'를 쓴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현대인은 상품이 아니라 이미지를 사며 따라서 앞으로는 상표보다도 어디서 만든 것인가가 더 중시되리라고 말했다. 전세계에 한국인의 열정과 힘을 보여준 붉은색 바람을 한국상품 마케팅의 티핑포인트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을 잘 강구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