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월드컵 승전보로 전국이 '대~한민국' 열기로 뜨겁다. '붉은 악마'를 앞세운 열띤 응원으로 목이 잠긴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면 자칫 상하기 쉬운게 성대다. 요즘 전국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중 열에 둘 셋은 목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이들 가운데 의학적 용어로 음성장애 성대결절 후두염 등에 걸린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서울 순천향대병원 등에서는 후두내시경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목소리를 지나치게 냄으로써 생기는 인후관련 질환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 인후 질환발생 과정 =많은 사람이 모여 응원을 할 경우 평소 내는 음역을 넘어 악을 쓰게 되면서 성대에 무리가 가해진다. 호프집 등에서 맥주를 마시며 관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담배연기가 자욱한 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소리를 지르게 되면 더욱 목을 혹사하기 쉽다. 사람이 말을 하거나 노래를 할 때는 혀밑의 후두라는 '소리상자' 속에 세로로 위치한 성대가 벌어진다. 이 때 공기가 폐에서 나오면서 구강 코 부비동 등을 공명시킴으로써 음성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오랜 시간 과도하게 소리를 지를 경우 성대의 심한 마찰로 성대는 물론 인접한 후두에 염증 외상 등이 생겨 성대가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않거나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서 목소리 변성이 나타나게 된다. 더 심하면 결절이나 양성 종양이 성대나 후두에 생기거나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의 신경장애가 동반될 수도 있다. 성대의 마찰 정도나 긴장도가 높을수록 고음의 거친 음성이 나오게 된다. ◆ 인후질환 대처법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이 쉽게 피곤해져 말을 하면 목이 따갑고 음량이 줄며 거칠거나 쉰소리가 나는 것을 음성피로라고 한다. 음성피로 급성후두염 성대결절등이 생겼을 때는 가능한 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극단적인 고.저음을 내는 것은 물론 습관적인 헛기침을 하거나 가래를 뱉는 것도 삼가야 한다. 근육의 피로는 근육의 사용을 중지하고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축적된 노폐물이 제거돼야만 회복된다. 음성변성이나 음성피로가 온 환자들은 "말하지 말고 쉬라"는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여 작은 소리로 속삭이게 된다. 그러나 이는 부자연스런 성대의 움직임을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대에 해가 될 수 있다. 음성 회복을 위해서는 며칠간 필담을 나누는 것이 좋고 2주가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를 찾는게 좋다. 굳이 말할 필요가 있으면 분무형 혈관수축제를 성대에 뿌려 변성된 목소리를 잠시 회복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항히스타민제, 이뇨제처럼 입을 마르게 하거나 수분배출을 촉진하는 약은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이뇨효과가 있는 술이나 커피 녹차 등도 삼가야 한다. 흡연을 중지하고 수시로 실내환기를 할 필요가 있으며 가습기를 켜는 등 습도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루에 8잔 이상의 생수를 마셔 목의 점막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좋다. 맵고 딱딱하며 자극적인 음식도 피하는게 좋다. 급성 후두염의 경우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과음 과로 과식 등으로 후두염이 재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침이 심하거나 감기 비염 부비동염 위염 식도염이 있으면 가래 염증 노폐물 위산 등이 후두를 자극하게 되므로 동시에 치료해야 목소리의 영구적인 변성을 막을 수 있다. 이밖에도 화학약품에 의한 자극, 지나친 열과 방사선, 알레르기 원인물질 등이 음성변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조진생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박상욱 서울 하나이비인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