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팀이 쾌승행진중인 가운데 전국은 태극기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다. 태극기가 생긴 이래 보기드문 대장관이다. 이왕에 흔드는 태극기, 잘 알고 흔들면 응원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외국인이 물어오더라도 자신있게 대답해줄 수 있겠다. 멋진 설명을 들은 뒤 그 외국인은 "리얼리(Really)?" "원더풀(Wonderful)!"을 연발할지 모른다. 다 아는 듯한 태극기이지만 뜻밖으로 잘 모르는 게 또 태극기이다. 신나는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응원을 계기삼아 태극기를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자. 태극기는 흰 바탕의 가운데에 위아래가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된 태극 문양이 있고, 네 귀에 검은색 팔괘(八卦)가 그려져 있는 모양이다. 태극기가 탄생한 지는 한 세기가 조금 넘는다. 한국이 새로운 세계질서에 맞춰 문호를 열고 새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즈음, 선박에 달 깃발의 색과 문양을 논의하면서 국기 문제가 함께 이야기됐다. 이후 임금의 옷과 문양 등에 기초한 국기가 제안되면서 현재와 비슷한 모양의 태극기가 도안됐다. 이 태극기는 1882년 대외적으로 처음 사용됐으며 다음 해에 국기로 정식 채택됐다. 그리고 국권을 잃은 시기를 거쳐 1949년 10월 15일에 지금의 모습으로 대한민국 공식 국기가 됐다. 태극기는 심오한 철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이 원리는 태극기의 색과 문양에 잘표현돼 있다. 흰빛의 네모난 바탕은 한국인의 순결함과 깨끗함을 상징하는 한편,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한국인의 품성임을 드러낸다. 둥근 태극 문양은 우주의 근원이면서 아울러 인간생명의 원천이 되는 진리를 표현한 것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나타낸다. 태극문양을 채우고 있는 붉은 빛과 파란 빛은 동양철학 원리의 하나인 양(陽)과 음(陰)을 상징한다. 이 둘은 대립하면서도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기운으로서 이들이 순환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만물이 만들어지고 성장, 발전한다는 원리를 담고있다. 네 방향의 귀에 있는 네 개의 검은 기호는 '괘(卦)'라고 하는데, 이들 역시 태극 문양의 양ㆍ음과 관계를 맺으며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왼쪽 위의 '건(乾)'은 양의 기운이 가장 센 곳으로 하늘의 정의를 상징하고, 오른쪽 아래의 '곤(坤)'은 음의 기운이 가장 센 곳으로 땅의 풍요를 나타낸다. 또 오른쪽 위의 '감(坎)'은 지혜를 상징한다. 왼쪽 아래의 '이(離)'는 광명을 상징한다. 이들은 음양이 무궁히 생성발전하며 순환함을 나타내고, 이러한 정의ㆍ풍요ㆍ광명ㆍ지혜가 모여 흰 바탕의 평화정신을 구현하게 된다. 태극기는 관청이나 공공장소에 늘 단다. 전에는 해가 지거나 비가 오면 내렸지만 지금은 항상 게양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국가 기념일처럼 특별한 날에 단다. 태극기를 다는 깃대의 꼭지에 깃봉이 있는데, 이 깃봉은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의 봉오리 모양이며 황금색이다. 푸른 하늘을 향해 펄럭이는 태극기 속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인류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인의 자긍심이 살아 숨쉬고 있다. 어느 민족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는 한국인의 숭고한 얼굴이다.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태극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를 필승의 부적처럼 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팀의 연전연승은 태극의 조화와 국민의 성원이 이룬 개가일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는데, 지금 한국팀의 신들림 현상은 참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태극기를 비롯한 우리 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우리 문화 길라잡이」(학고재)를 참고하기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