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골 고지는 내가 먼저 오른다.' 스페인과의 준준결승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 다득점 경쟁의 묘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탈리아전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과 맏형 황선홍.홍명보,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1백번째 출장 기록을 세우는 유상철이 월드컵 통산 3골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스페인전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지금까지 '골 맛'을 본 선수는 모두 13명. 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골을 터뜨린 박창선(현 경희대 감독)에서 시작된 '골 계보'는 이번 대회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값진 골든골을 터뜨린 안정환까지 이어졌다. 이중 안정환은 소속팀인 페루자와의 계약 연장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준준결승에서 반드시 골을 추가, 유럽 빅리그 스카우터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각오다. 안정환은 또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골이 모두 헤딩으로 만들어졌는데 3호골은 반드시 강력한 슈팅으로 그물을 가른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황선홍도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고 8강까지 진출, 의미있는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축구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3골 고지 점령에 욕심을 내고 있다. 94년 미국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1호골을 터뜨렸던 황선홍은 이번 대회 폴란드전에서도 선제골로 한국팀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전에서 수차례 골 찬스를 놓쳐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전 연장에서 땅볼로 깔아 찬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의 손끝에 살짝 스쳐 골이 무산되는 등 추가골을 아깝게 놓친 바 있어 이번 스페인전에서는 반드시 3골 목표를 달성한다는 각오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멋진 슬라이딩 슛을 골로 연결했던 유상철 역시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2호골을 넣은 뒤 '한 골만 더'를 외치고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