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업계의 생존게임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반짝 오름세를 보였던 D램 가격이 다시 제조원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업체들은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해 상계관세요청 반덤핑제소 등의 무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반도체 경기가 사상 최악이던 지난 연말의 상황이 재연되는 듯한 분위기다. ◆ 생존게임 재연 사정이 제일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인피니언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들을 상대로 먼저 상계관세 제소라는 칼을 빼들었다. 하이닉스반도체 등에 대한 채권단의 금융지원이 사실상 정부보조금인 만큼 관세를 많이 부과해 EU(유럽연합)역내 수입물량을 줄이라는 요구다. 그동안 진행됐던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통합협상이 결렬되자 하이닉스를 겨냥해 통상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이에대해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인피니언이 1억9천2백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역공세를 폈다. 대우증권의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사전에 견제하는 한편 스스로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미국 법무부의 D램 업계 독점금지법 위반조사는 대만업체들의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대만업체들은 대형PC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한국 등의 선발업체들에 타격을 주기 위해 D램 업계의 담합문제를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물량을 대량으로 처분했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조사 사실을 일부러 공개함으로써 다른 업체들을 궁지로 몰았다. NEC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도 올들어 한국과 대만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소송 준비를 진행해 왔다. 지난달초 소송제기를 일단 보류했지만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 실적악화 반도체회사들은 지난 4월중 5달러(1백28메가환산기준)에 육박했던 D램 고정거래가격이 3달러 안팎으로 다시 추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영업원가가 5달러 수준인 독일 인피니언의 경우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분기중 삼성전자는 물론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도 흑자를 냈지만 인피니언은 9천6백만달러 가량의 적자를 냈다. 더구나 대주주인 지멘스사가 주식을 처분하고 있어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영업원가 수준이나 그 이하에서 제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생산원가는 3.5달러에서 4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2.4분기중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하이닉스 매각협상 주춤할듯 독점금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 등으로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매각협상을 재개하기는 당분간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이크론 주가가 20달러 밑으로 떨어져 현 상태로는 채권회수를 기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전망이다. 또 채권단내부에서 부채탕감규모와 마이크론이 요구했던 신규자금지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