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차군단에 가로막혀 72년만의 월드컵 4강진출에 실패했지만 `축구 개발도상국'에서 `축구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일단 성적상으로도 30년 원년대회 4강 이후 50년 10위, 90년 23위, 94년 14위,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3전패로 32개 출전국중 꼴찌를 기록했던데비하면 엄청난 발전인 셈. 또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어 `어부지리'로 16강에 턱걸이했지만 21일 독일과의 8강전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쳐 세계랭킹 13위의 이름값을톡톡히 했다. 이날 경기는 이미 조별리그 첫경기에서 우승후보였던 포르투갈을 3-2로 격파하고 16강에서는 멕시코를 꺾었지만 미국을 '이변의 주인공' 정도로만 여기던 축구인들에게 미국의 잠재력을 분명하게 각인시킨 경기였다. 클로디오 레이나가 찔러주는 볼을 이어받은 랜던 도노번과 에디 루이스의 속공에 독일 수비는 속수 무책이었으며 골키퍼 칸의 선방에 가로막히지 않았으면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상황을 수차례 반복됐다. 특히 95년부터 2년간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뛰었던 레이나, 지난해까지 새너제이로 옮기기 전까지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3년을 뛰었던 도노번은 분데스리가에서 배운기량으로 독일 대표팀을 번번이 위협했다. 미국축구의 성과는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제대로 축구를 배운 선수들을 대표팀에 수혈한데다 메이저리그축구(MLS)가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탄탄한 선수층을형성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 베스트 11은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블랙번), 미드필더 클로디오 레이나(선더랜드), 수비수 그레그 버홀터(크리스탈 팰리스), 미드필더 에디 루이스(풀햄) 등이 잉글랜드에서, 수비수 프랭키 헤지덕(바이엘 레버쿠젠)과 토니 새나(누른베르크)는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등 해외파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또 96년 출범한 MLS도 축구저변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메이저 종목에 비해인기는 없지만 12개팀이 동.서 컨퍼런스로 나뉘어 운영돼 청소년 유망주들을 축구로유인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축구연맹이 지난 97년부터 MLS와 연계해 추진한 고교유망주 발굴 사업인 `프로젝트-40'이 정착돼 다마커스 비즐리(시카고 파이어) 등 세계수준의 스타들을 하나둘씩 탄생시키고 있다. 미식축구, 프로농구, 프로야구의 강국 미국이 이제 유럽과 남미가 지배하고 있는 축구계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울산=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