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22일 태극전사들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에 오르자 집단으로 열광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도 자카르타 교민들은 이날 낮 1시30분(현지시간)부터 TV를 통해 생중계된 한국-스페인전을 시청하다가 전후반 시종 열띤 공방 끝에 승부차기로 승리를 결정짓자너나없이 열광했다. 호텔과 식당, 페스트푸드점 등지에 운집해 적도선상의 무더운 날씨속에서도 가슴 졸이며 응원전을 펼치던 교민들은 4강 신화 달성 현장을 목격,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흥분과 감동을 억누르지 못했던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응원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곳은 교민회(회장 승은호)가 멀티비전을 설치해 합동응원전을 준비한 한국국제학교(JIKS) 강당으로 교민들이 목청껏 외치는 함성은 인도네시아 전역을 뒤흔드는듯했다. 붉은색 T셔츠 차림의 교민들은 집에서 30분-1시간 떨어진 JIKS로 몰려들어 경기가 시작된 낮 1시30분에는 응원 참가자가 1천여명으로 늘어나 스페인전에 대한 높은관심과 기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이날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라고 적힌 프래카드 걸린 강당에서 JIKS 학생 20여명이 준비한 북과 꽹가리 장단에 맞춰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토요일마다 골프장 출입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던 골프광들도 이날 만은 그린 대신에 JIKS 강당 마룻바닥을 밟으며 태극전사들을 열렬히 응원했고 상당수 교민들은 뜨거운 감동을 온가족이 함께 느끼려는듯 가족 단위로 응원나왔다. 경기 시작 직전 JIKS 강당에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도착한 김재섭 대사는 "오늘 한국의 4강 진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멋진 응원을 펼치자. 그동안 보여온 교민들의단합된 응원 열기를 모아 교민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당부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옛날집과 마포, 동해복집, 가야성, 한솔 등 한국 식당에는 LG전자 현지공장 등의 지원을 받아 설치한 멀티비전이나 일반 TV를 시청하기 위한 손님들로 초만원을이뤘고 경기시간 내내 응원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자카르타의 압구정동으로 불리는 크망 소재 카페촌과 스나얀 플라자를 비롯한 대형 쇼핑몰내 페스트푸드점에서는 교민 자녀들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붉은 악마복장을 한 채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주택가의 응원 열기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교민들이 밀집한 자카르타 남부 킨타마니와 신프록인다, 에머랄드 아파트 단지 등에는 경기 도중 '와', '으샤 으샤','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들이 창밖으로 수시로 터져 나왔다. 스페인전 승리를 갈망하던 교민들이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든 것은 승부차기에서 이윤재 골키퍼가 스페인의 4번째 킥을 막은 순간이었다. 그동안 기회와 위기가 닥칠 때마다 기립과 착석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며 긴장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한 상황에서 태극전사들이 오아시스 샘물 이상의 기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카르타는 단순한 응원 무대가 아니라 남녀노소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두손을 치켜들고 너도 나도 껑충껑충 뛰었으며 서로 눈이 마주치면 남녀노소와 고향,학벌 등을 따질 겨를도 없이 무조건 끌어앉고 춤을 추며 환희와 감격에 젖었고 교민모두가 단군의 자손임을 몸으로 확인했다. 교민 식당가 밀집 지역인 블록엠과 위자야센터, 코리아센터, 가정집 등지에서 가슴을 졸이며 TV만 바라보던 교민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두주먹을 불끈 쥔채 '와'하는 함성을 신호탄으로 열광했으며 이 분위기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한편 백화점과 재래시장, 상가 등지에 설치된 TV앞에는 현지인들이 떼지어 한국을 응원, 이번 4강 진출은 단순히 한국의 경사가 아닌 아시아 전체의 축제임을 입증해줬다. 또한 월드컵 경기를 독점 중계중인 RCTI와 SCTV를 비롯한 TV방송사들과 신문사및 잡지사들은 김재섭 대사와 인터뷰하는 등 교민들의 응원 모습을 취재하느라 열을올렸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