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마케팅 바람이 농촌에도 불고 있다. 국내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필드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다국적 농약회사들이 농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회사는 지난해 국내 농약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국내 2위 업체인 신젠타코리아(옛 노바티스아그로코리아)의 필드 마케팅팀 20명은 한달의 절반을 오이나 토마토 밭에서 보낸다. 일명 '코만도 활동'이다. 인지도가 낮은 지역을 돌며 회사와 상품을 알리는게 이들의 임무다. 이들의 활동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다. 모내기도 도와주고 수확에도 참가한다. 최근에는 7명이 이틀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잔류 농약 검색기'를 들고 춘천 인근 3백여 농가를 돌았다. 신젠타가 검색기를 들고 나선 것은 시장에서 잔류 농약이 규정치를 초과할 경우 반품시킴에 따라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는 정보에 따른 것이다. 신젠타코리아의 신창근 부장은 "처음엔 현장지도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농민들이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애쓴 결과 춘천에서는 출하 직전 농산물의 잔류 농약 수치를 점검해줘 농민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벤티스크롭사이언스코리아도 각 도(道)마다 고객지원팀 소속의 필드 마케팅 전담 인원을 한명씩 상주시키면서 농가를 순회하고 있다. 연간 1조원 규모인 국내 농약 시장에 외국 제약회사들이 들어온 것은 외환위기 전후. 지난 98년 스위스의 노바티스아그로와 프랑스 롱프랑이 동양화학 농약사업부와 전진을 각각 인수했다. 이후 해외에선 유럽에서 제약회사들이 농약사업을 떼어내 경쟁사와 합치는 합병붐이 일어나 노바티스아그로와 영국 제네카의 농약사업 부문이 합쳐져 '신젠타'가 발족하고, 프랑스 롱프랑과 독일 훽스트의 생명과학 부문이 합쳐져 '아벤티스크롭사이언스'가 출범했다. 이에따라 동양화학 쪽은 지난해 신젠타코리아로, 전진은 아벤티스크롭사이언스코리아로 간판이 다시 한번 바뀌었다. 쉐링이 가지고 있던 미성의 지분은 독일 바이엘로 넘어갔다. 외국기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상태다. 농약공업협회에 따르면 신젠타 아벤티스 미성은 지난해 국내 시장의 27.9%를 점유했지만 외국 자본 흡수가 진행중이던 98년 점유율(31.4%)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국내 1위 업체인 동부한농화학의 김호진 팀장은 "외국 회사가 아직까지는 크게 부상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내 농약 유통의 30%를 담당하는 농협이 국내기업과 오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회사의 진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젠타코리아 등의 외국회사들이 논밭을 찾아 나선 것은 이같은 유통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한 이들의 적극적인 판촉전략은 농협같은 대형 유통회사를 공략하는 국내기업과 차별화가 되고 있어 향후 시장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외국회사의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도 관건이다. 농약 상품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원재료는 대부분 신젠타와 아벤티스 등 외국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호진 팀장은 "국내 기업은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에 농약 원재료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 반면 다국적기업은 원재료와 완제품를 동시에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며 "이들이 향후 사업 구도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