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테라, 달러라이제이션 & 글로벌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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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터키등 개도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금융위기 방지와 세계경제 안정을 위한 세계 단일통화 도입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단일통화에 관한 논의는 유로화 탄생의 산파역인 버나드 리태어 전 벨기에 루벵대 교수의 '테라(Terra)' 창설과 달러라이제이션 확대,그리고 글로벌 유로를 도입하는 방안으로 구별된다.
◆테라 구상=먼저 리태어의 테라 구상은 가장 중요한 화폐의 발권기능을 국제원자재 생산업자들이 참여하는 '테라 연합(Terra Alliance)'에서 담당한다는 것이다.
테라 연합이 국제상품의 수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테라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테라의 화폐단위는 주로 원유 밀 구리 주석 등 국제상품을 표준화한 바스켓에 의해 매겨진다.
이에 따라 국제상품시장에서 바스켓에 포함된 상품시세가 변할 경우 테라의 실질가치도 자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각국의 물가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견해다.
또 테라의 사용은 화폐 기능인 거래·투기·예비적 수요중에서 거래기능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테라는 가치저장 수단보다는 유통수단으로 전적으로 국제무역 결제에 사용되는 무역용 화폐로 성격을 못박고 있는 것이 기존의 화폐와 구별되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테라 구상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테라의 창설시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게 될 테라 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의문시된다.
하나는 테라 바스켓을 구성하는 원유 밀 등 현물교역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불과해 앞으로 이들 업종의 교역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대표성과 신뢰성면에서 한계가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상품 시세는 그 어느 가격변수보다 변동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테라 가치 유지가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테라 연합국들이 담합해 테라 바스켓을 구성하는 상품을 무기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또다른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달러라이제이션 확대 방안=이런 점을 감안하면 테라 구상은 그야말로 논의차원에 그칠 이상적인 화폐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모든 거래에 있어 결제비중이 50%가 넘고 있는 미 달러화를 세계 단일통화로 하자는 달러라이제이션 확대방안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이외의 국가들이 미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채택할 경우 여러 해결과제 중에서 각국의 통화주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각국의 법화(legal tender)에 대한 인식이 정착돼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화폐간의 조화보다는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는 것이 더 현실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유로 도입=따라서 테라 구상과 달러라이제이션 확대방안의 장점을 수렴한 것이 바로 글로벌 유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현재 세계경제 질서는 북미와 유럽경제권,아시아경제권간의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통화 질서도 미 달러화와 유로화 아시아 단일통화를 축으로 한 3극 통화체제가 형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3극 체제가 정착될 경우 환율제도로 이들 세 통화간의 환율 움직임에 상하 제한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목표환율대 도입은 유로화가 도입될 당시 회원국간의 경제?통화가치의 수렴작업과 동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유로를 향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로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단일통화로 글로벌 유로가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