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월드컵 4강! 우리는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을 알게 됐는가. 그것은 희망이요, 가능성이다. 통합과 화합이며 '얼마든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믿음,긍지였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진행, 그리고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4강의 신천지에 오르면서 '4강경제'도 불가능할게 없다는 자신감이 형성되고 있다. 축구뿐만이 아니다. 경제를 비롯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선진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치발전의 전기로도 삼을 수 있게 됐다. 수년간 3조2천억원을 투자한 월드컵으로 얻은 큰 효과는 그것이다. 세계 4강 축구처럼 수준 높고 넓은 경지로 우리 사회를 끌어올릴 때가 됐다. '경제 월드컵' '포스트 월드컵'은 이제부터다. 준비과정의 카운트다운 5백일, 열전 레이스 20여일 동안 폭발한 열기와 화합, 질서와 관용의 하모니를 모아 월드컵 이후의 선진 '대∼한민국'으로 발전시키자. 분열과 냉소로 점철된 정치관행, 비능률과 고비용 구조로 허덕여온 낡은 경제운용방식을 털어버리고 그동안 갈라져 있던 마음들까지 계속 끌어모아 나가자. 이보다 더 좋은 통합과 단결의 계기가 또 있었던가. 남녀도, 노소도, 동서도, 빈부도 진보와 보수까지도 뛰어넘는 이 화합은 계속돼야만 한다. 월드컵으로 거둔 사회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스페인 월드컵 때, 프랑스 월드컵 때 그들도 그런 노력을 기울였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국가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일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포스트 월드컵 전략으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코리아 브랜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무대를 순회하는 재계.정부의 합동 국가IR(Investor relation)는 어떤가. 축구마케팅, 월드컵 개최 이미지를 전 수출품에 접목시킬 방안은 무엇일까. 찾아보자.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챙길 만도 하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구두선만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투명성과 개방성, 국제화와 시장자율을 다져나가면서 불명예스러웠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영영 떨쳐버리자. 산업계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센터로서 우뚝 설 계기를 잡았다. 대형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고 한반도를 항공.물류의 핵심지로 육성할 방안을 모색하자. '지방 경제는 늘 낙후됐고 소외됐다.' 이런 해묵은 명제부터 털어내면서 내부통합을 다질 구체적 방안도 강구하자. 서울 외 9개 월드컵 개최도시도 세계인의 주목을 일단 끌었다. 낭트 리옹 마르세유는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계기로 어떻게 세계 속의 도시로 성장했는가. 문화산업과 스포츠.레저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제 한국 속의 영화, 한국 안에서만의 연극과 축구가 아니다. 기업도 개인도 정부도 구각을 벗고 한단계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월드컵의 '업밸류(upvalue) 코리아'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