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다. 3월22일 연중최고치(94.30)를 기록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 20일 65.77로 3개월 사이에 30% 이상 떨어지면서 연중최저치로 추락했다. 특히 거래대금은 1조원 미만으로 빈사상태다. 각종 권력형 벤처비리에다 기관의 외면으로 일반투자자에 매달려 사는 취약한 수급기반 등 고질적인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해 조그만 외부악재(외풍)만 불거져도 시장이 거의 패닉(공황)상태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IT(정보기술) 기업을 지원하는 특화된 시장이라는 기능은 이미 잃은지 오래다. 그저 미국증시와 거래소시장을 바라보며 일희일비하는 자생력 없는 자본시장으로 전락해버렸다. 통신주 홈쇼핑주 등 일부 '거래소형'기업들의 '들러리 시장'처럼 돼버린 점도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 기관 등의 제한적인 매수세가 온통 이들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지수를 떠받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사실상 코스닥지수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인덱스'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가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코스닥시장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22일 이후 잇단 권력형 벤처비리와 미국증시의 조정여파로 급반전되고 있다.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태 이후 6개월여동안 힘겹게 끌어올려졌던 지수가 3개월만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이렇다보니 통상 주가급락 후 지지선 역할을 하는 '바닥'을 추정하기도 어렵게 됐다. 개별 기업의 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회사의 실적 등 펀더멘털을 감안해 제시되는 적정주가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난해초 이후 코스닥의 최장기 테마를 형성하며 지난 3월말께 주가가 2만7천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독일 철도청의 수주불발 등 몇개 악재가 불거지면서 불과 2개월여만에 주가가 6천원대로 폭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코스닥기업들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설땅'이 없어졌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이상문 차장은 "시장이 워낙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보니 코스닥기업의 주가에 대해서는 적정수준이라든지 정상수준 같은 시장의 컨센서스가 붕괴돼 버렸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차별화'장세=시장이 외국인 기관 등 제한적인 유동성에 의존하다보니 코스닥지수는 크게 '왜곡'되고 있다. 10여개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나머지 종목의 주가가 극단적으로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코스닥지수는 65.81로 올 3월말 연중 최고점(94.30)대비 30.2% 하락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스닥종목 주가는 같은 기간에 '반토막'이상 하락했다. 지수가 사상 최저치였던 작년 9월17일(46.05)의 주가보다 지난 21일 현재 주가가 낮은 종목수만도 전체 등록기업의 40%를 넘는 3백60여개에 달하고 있다. ◆투자자가 떠나고 있다=개인투자자 비중이 95%에 달하는 코스닥시장의 매수세가 실종되고 있다. 3월말께 3조원을 웃돌던 거래대금은 지난주말 6천5백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중소형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LG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시가총액 비중이 46%에 달하는 10여개 대형종목을 제외하면 지수하락폭은 훨씬 크다"며 "개인 선호종목의 주가추이를 감안할때 앞으로 '탈코스닥'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