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 휴전선 넘었다] 조선중앙TV 녹화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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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이 휴전선을 넘었다.
북한은 지난 1일부터 프랑스-세네갈 개막전과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를 비롯해 대부분의 경기를 녹화 중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경기는 일절 방영하지 않았던 북한은 지난 23일 금기를 깨고 조선중앙TV를 통해 한 시간 동안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해설과 곁들어 자세히 내보냈다.
특히 이날 북한 방송은 오심 논란에 대해 "심판 판정은 정확했다"며 남한 손을 들어줬다.
일부에선 한국-이탈리아전에서 펼쳐진 'AGAIN 1996(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은 영광을 재현하자는 뜻)' 카드 섹션에 북한이 감동한 나머지 경기를 방영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 '이탈리아 토티 퇴장은 오심 아니다' =조선중앙TV 축구해설가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부소장은 오심여부 시비를 불러 일으킨 이탈리아 토티의 퇴장에 대해 "선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며 "심판이 정확히 처리했다"고 분석했다.
리 부소장은 이어 "남조선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따라잡기를 해서 방어하는 등 투지를 발휘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폴란드전 승리로) 첫 출발을 잘해 사기가 올랐다"고 그동안의 한국팀 전적을 상세히 전했다.
북한 방송은 이례적으로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했다.
젊은 신인을 대거 발굴한 것이 히딩크 감독의 공로라고 언급하면서 태극전사들의 신상도 남한 TV못지 않게 세세하게 소개했다.
안정환은 이탈리아 페루자 소속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어 큰 경기에 강하고 박지성은 속도가 빠른 공격수이며 이영표와 함께 중간지대(미드필드)를 제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기현은 기술이 있는 선수이며 유상철과 홍명보 등은 경험이 풍부한 노장선수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남측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으나 '붉은 악마'가 외친 '대∼한민국'이라는 응원 소리는 삭제한듯 중간 중간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감지됐다.
하지만 관중석 하단에 걸린 태극기는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 '오노 세리모니'도 방영 =이에 앞서 북한은 남쪽의 반미감정을 의식한듯 지난 10일 한-미전에서 안정환 선수가 연출한 '오노 세리모니' 장면까지 뉴스시간에 상세히 보도했다.
이 장면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때 미국의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던 장면을 패러디한 것으로 북한측의 구미에 딱맞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한국 경기장 내 광고판을 보는 것은 북한 사람들에게 매우 드문 기회"라고 북한방송의 월드컵보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인민군도 한국 선전 알아 =월드컵 기간 남측 전방 군부대에선 대북방송 대신 한국 경기의 라디오 생중계를 확성기를 통해 내보내는 한편 휴전선 인근 대형 전광판에 승전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군은 공식적으로 반응을 보이진 않고 있지만 우리팀의 승전 소식이 전해지면 북한 병사들이 알았다는 듯 두 팔로 동그라미를 보이고 있다고 합동참모본부측은 밝혔다.
재일조선인(조총련) 계열 신문인 조선신보도 "북한 주민 대부분이 남한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알고 있으며 북한 사람들도 틀림없이 한국팀이 승리한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이는 '월드컵 바람'을 전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