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약세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도 그 영역권내에 편입돼 달러/원 환율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달러/원의 하락 속도와 폭에 몰려 있을 뿐, 달러화 약세 외에 다른 요인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제 관건은 1,200원 지지여부다. 한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220원이 지난주 마지막 날 거래에서 붕괴된 데다 주말경에는 달러/엔이 전날보다 2엔이상 급락, 121엔대까지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번주 환율( 6. 24∼ 6. 28)은 달러화 약세의 '바람'을 안고 하락 트렌드의 가속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시작된 환율 하락 추세가 10일여 반등 조정을 이룬 뒤 재개된다는 것. 달러화 약세라는 대외적인 여건과 월말 네고장세 돌입 등 환율 하락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큰 그림은 달러화 약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견해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의 방아쇠가 당겨진 마당에 원화만 삐죽 튀어나올 명분도 없다. 그나마 환율을 지탱하던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나 레벨도 좀 더 아래쪽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당국의 개입 기대감으로 물량을 보유해놓고 있던 업체들의 처분 가능성이나 월말에 근접한 네고물량의 출회 등 수급상황도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주 중반이후 5,000억원에 육박한 외국인 주식순매도에 따른 역송금수요도 큰 힘을 발하기 힘들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당국의 속도조절용 개입이 반등을 이끌 수 있으나 그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 '1,200원' 사정권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03.06원, 고점은 1,226.67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17.70원, 고점인 1,241.00원에서 위아래 대폭 하향 조정된 것.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200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8명, '1,205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점이 3명으로 1,200원대가 가장 무난하게 지목됐다. 6명의 딜러는 1,210원을 하락의 한계로 본 반면, 소수 의견으로 1명이 차트상 지지선인 1,180원까지의 하락을 예상했다. 위쪽으로는 9명의 딜러가 1,230∼1,235원을 고점으로, 이어 5명의 딜러가 1,225원을 반등의 한계로 예상했다. 4명은 그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220원이 저항선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환율은 주 초반 장중 1,241.00원까지 올라서는 등 반등 조정장세를 연장하는 듯했다. 그러나 주중반 들어 역외매도, 달러화 약세 심화 등을 빌미로 차츰 반락해 지지선이던 1,220원을 뚫고 한 주를 1,219.40원에 마감, 지난 2000년 12월 20일 1,21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주중 고점(1,241.00원)과 저점(1,217.70원)의 간극이 무려 23.30원에 달할 정도로 낙폭이 컸다. ◆ 미 달러화 '추락' = 미국 달러화가 끝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주 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일본 정부의 개입 우려가 희석되면서 한때 120.87엔까지 추락하는 등 121.40엔을 기록했다. 전날 뉴욕종가 123.48엔보다 2엔 이상 떨어졌고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최저치에 도달한 것. 유로/달러도 0.9713달러로 26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의 약세 진행은 명백한 추세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이 눈에 띄게 줄고 투자자들의 미국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뉴욕 증시의 하락 등과 인과관계를 주고받는 가운데 △테러 공포 확산 △분식회계 등 기업신뢰 추락 △경상적자 확대 등 경제지표 악화도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탈출구'가 없는 셈. 투자자들이 미국 내 금융자산에 대한 매력을 잃으면서 유럽이나 아시아로 자본을 이동시키고 있는 흐름은 이같은 달러 약세의 골을 깊게 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달러화 약세 폭과 속도에 가 있다. 달러의 점진적인 하락은 경상적자 축소나 기업 수익 회복에 도움을 주겠지만 급락은 또 금융자산의 이탈 가속화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약세로 유로 랠리가 한동안 이어지고 자본이동의 조짐이 뚜렷하다"며 "역외도 달러/원의 추세를 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엔화 강세 묵인 = 이와 함께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BOJ)의 개입 경계감이 희석됐다. 지난주 후반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이를 일본 정부가 엔 강세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일본 외환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 회복을 위한 엔 약세의 유도가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고 엔화외에 다른 경쟁국의 통화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 시장 개입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지난주 후반 달러/엔이 그 동안의 124∼126엔의 박스권을 하향 돌파했음에도 이전의 직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엔은 조만간 120엔 하향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 하락 추세 vs 개입 경계감 = 이같은 대외여건과 함께 물량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예상도 하락세의 요인으로 덧붙여지고 있다. 환율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업체들의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도 있다. 지난주 중반이후 5,000억원에 육박한 외국인 주식순매도 자금이 역송금수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도 원화를 그대로 보유, 달러로 환전하는 경우가 줄었고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 우려도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많이 빠진 탓에 현재 주가에 대해 외국인 실감지수는 850∼860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같은 요인으로 인해 뚜렷한 추세 장세로 접어들었다. 환율 하락이란 방향은 명확한 가운데 낙폭과 속도가 관건일 뿐이다. 하락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요인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일단 그동안 팽배했던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우려감도 지난주 말 달러/엔의 레인지가 무너지면서 크게 희석됐다. 원화와 엔화간 비율에 촉각을 세워온 한국 정부로서는 일단 뒤로 물러설 여지를 갖게 됐다. 지난주 말 뉴욕 외환시장 마감이후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를 회복, 정부는 달러/원의 하락을 용인할만한 구실을 찾은 셈.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본은행(BOJ)의 개입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탓에 한동안 하락 추세가 주춤했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않아 달러/엔이 엎어진 상태에서 한국정부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이번주 일본 정부의 반응이 없으면 1,200원 지지여부가 관건"이라며 "레벨 부담보다는 비교된 가치가 주요하므로 엔/원 990원이 유지되면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 같고 투매만 잡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책은행이나 공기업 등을 활용, 외곽에서 수급조절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나 한계는 뚜렷하다. 달러화 약세라는 큰 그림 속에 공급우위의 수급상황도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시장이 동의하는 레벨에서만 개입효과가 드러날 뿐 그렇지 못할 경우, 고점 매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