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일까,사람일까.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7년만에 개인전을 갖고 있는 도예가 신상호씨(55·홍익대 미대 학장)의 작품은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모습을 지닌 동물상이다. 얼굴은 동물이지만 눈은 사람의 것을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로 사람과 동물의 양면성을 갖춘 원초적인 모습이다. '아프리카의 꿈'을 주제로 선보인 20여점의 도조작(도예와 조소의 합성어)은 작가가 20여년간 간헐적으로 다녀온 '원초의 땅' 아프리카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과 문명이 구분되기 전의 원초적 모습을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잘 구현한 작품들이다. 거칠고 힘이 돋보이면서도 하얀색과 붉은색 파란색을 뒤덮은 색채는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을 떠올리게 한다. 높이 2?가 넘는 작품들은 흙을 빚어 구워낸 게 아니라 짓이기고 뭉개고 떼어붙인 후 구워내 도자기로 보면 엄청나게 큰 편이다. 신씨는 한때 전시회만 열면 작품이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전통 도예작가였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도조로 뛰어들었다. 신씨는 "작업에 파묻히다 보면 흙이라는 매체가 갖는 절대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며 "흙을 재료로 회화적 조각적인 요소를 모두 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학장으로 있으면서 일부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시 때 물감과 연필을 국산품으로 쓰도록 해 외국산을 주로 사용하던 대입 미술학원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7월7일까지.(02)734-611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