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경영과 異문화..南相勳 <加 빅토리아大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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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서 문화가 중요한 변수로 심도 있게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자본 기술 경영기법 등만 생각하고 다른 나라에 진출했다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다국적기업들이 많다.
재무제표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실제 합병과정에서 두 조직문화의 차이가 비생산적인 갈등으로 발전하는 경우,또 선발돼 파견된 경영자가 자신들뿐 아니라 배우자 및 식구들이 이문화 적응에 실패함으로써 부득이 중도하차하는 경우,이밖에 해외 근무를 마치고 본국에 돌아왔을 때 본인이나 가족이 역문화 적응 실패로 회사에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 못하거나 심할 땐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 등 여러 종류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을 통한 이문화 경영 연구가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글로벌 환경에서 이문화경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해외에 파견할 인재를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의 하나인 '이문화 적응력'은 선발 기준에 아예 포함돼 있지 않거나,그에 관한 효과적인 연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인력담당 부서에서도 해외파견자나 귀환자 및 그들 가족의 이문화 적응에 대한 연수,보조 및 전문적인 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해와 관심의 결여는 글로벌경영 환경하에서 값비싼 경영비용을 치르게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기업들 가운데 이문화 환경에서 실수와 실패를 한 사례들이 종종 보도된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곳에서 한국식 경영형태를 실행하고 주장하는 '부적절한 이문화 경영'으로 생각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중 많은 부분은 사전 연수 등을 통해 이문화 경영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일본의 한 자동차회사는 몇년 전 미국현지에 공장을 짓고 진출했는데,거기 파견되었던 일본경영자가 미국의 여직원들에게 일본에서 하던 방식대로 대하다 평등고용위원회에 제소돼 약 5백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이 회사는 이같은 단기적 손실뿐 아니라 미국소비자들 사이에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장기적인 손실도 봤다.
그런 일이 발생한 지 얼마 안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도 미국에서 고용차별로 고소를 당해 1백억원이 넘는 벌금을 낸 경우가 있었다.
두 기업 모두 본국에서 일상적으로 해온 행동양식이나 경영형태가 이문화 환경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대비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피해다.
오늘날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직장 동료 또는 상사나 부하직원으로서 함께 일을 하거나,상호 협력·의존하는 관계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이제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겪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기업의 우리나라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영자에게 점점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은 '문화다양성에 관한 깊은 이해와 이문화 적응 능력'이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경영자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 문화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혹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푹 잠겨 살고 있는 우리 문화라는 '물'에서 잠시 나올 수도 있어야겠다.
노자는 '물고기가 마지막까지 못보는 것이 물'이라고 했다.
이는 우리 문화를 벗어나보지 않으면 우리 문화란 무엇이고 또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문화와 상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게 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매니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nam@business.uvi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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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