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당초 낙관적으로 예상됐던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경기는 불안한 가운데서도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조만간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재둔화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불안한 미국경제 =지난해 4.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과거와 다른 것은 이번 경기회복이 주로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최근처럼 주가하락 국면이 지속될 경우 언제든지 경기가 재둔화될 소지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회복세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V 혹은 U자형)과 조만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비관론(W자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내수부진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약 40%"라며 "만약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컨퍼런스 보드의 이코노미스트인 켄 골드스타인은 "올 상반기 내내 민간소비가 미국경기 회복의 원동력"이라고 진단하며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하반기에도 소비가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경제는 비상상태 =미국발 악재로 모처럼 회복세를 찾은 일본경제에 다시 비상이 걸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주가와 경기가 다시 침체될 경우 일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회복 시나리오의 무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금과 같은 엔고(高)는 수출회복 덕분에 오랜만에 바닥을 탈출하고 있는 일본경기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비교적 안정된 유럽경제 =미국과 일본경제에 비해서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편이다. 유로화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정착속도를 보임에 따라 자체적인 성장 동인(動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전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제가 다시 둔화되고 유로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유럽경제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말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점이 우려됐다. 경기순환상으로 유럽경제는 미국경제에 2분기 정도 후행한다는 점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 ◆ 개도국 경제는 =국가.지역별로 차별화 현상이 뚜렷하다. 아직까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어느 지역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국경기가 재둔화된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남미 경제는 아르헨티나가 올 1.4분기에 마이너스 16%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뚜렷하다. 대부분 전망기관들은 중남미 금융위기가 빠른 시일 내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올해 성장률은 1∼2%대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